작품집-공갈새

공갈새

john lennon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존레논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숨차다. 슬레트 담벼락으로 꺽어진 골목길에서 느닷없이 그 푸른 자전거는 불쑥나온다. 그리고,천천히 나에게로 달려온다. 차츰 숨쉬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슈퍼앞에서 쮸쮸바를 빨아대는 서너명의 어린아이들을 지나치고,철물점을 지나고,둘리분식을 지났다. 그리고,나를 지나친다. 김영호빵집앞을 거쳐서 귀가 어두워 큰소리로 외쳐야하는 턱수염 아저씨의 세탁소를 지나친다. 얼핏 그 아저씨가 푸른 자전거를 훝어본다. 모든 시간은 정지해 있다. 그 정지된 시간위에 그 푸른 자전거바퀴는 앞으로 나아간다. 푸른 자전거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돌아갔다. 일단정지된 비디오는 이제서야 다시 재생된다. 가쁜 호흡도 차츰 정상으로 돌아온다. 난 멈춰서서 푸른 자전거가 사라져간 그길을 계속 들여다본다. ..................... 시간은 카세트테입처럼 늘어지지 않는군. 그녀는 지금 어디로 떠난것일까? 그녀와 강둑위에 앉아 한참동안 강을 내려다본다. 낙동강 하구둑에서는 바닷물과 강물이 교류한다. 하구둑은 바닷물이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오는 것을 막을려는 목적으로 만든거래.저기 수문이 닺히면 모든게 확실하게 분리되어 선명하게 알수있게 되지. 이쪽은 강물이고 저 너머는 짜운 바닷물... 강물이 그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게 아냐 바다는 그 강을 집어삼킬듯 몰려오지. 그리고 강은 그걸 받아들이는거야. 그래서였는지 바다는 남성적인 거친 성향이더라구 지구의 대부분을 바다가 점령했지. 허나 바다로 향해있는 강이란 강은 고요한 낡은 사원같이 경건하거라구.그래서 종교적인 맛이 난다구 그러더라. 그걸 마시기 때문에 사람들은 살아갈수 있나봐. 강은 어떠한 방향이든 바다를 향하고 있어. 왜 그럴까? 그녀는 아직 아무 말이 없다. 그녀 옆에 가만히 서있는 푸른 자전거는 말 잘듣는 개처럼 조용하다.아직 그녀의 눈은 강을 향해 있다. 그녀의 길다란 속눈썹이 바람에 떨리고 있었다. 너 기억하니? 그녀가 강물처럼 조용하게 말한다.그건 강물에 던져넣는 말처럼 아득하게 들렸다. 무슨 기억? 우리가 어디서 키스했는지 아니? 그녀는 나에게 묻고있다.첫키스의 잊혀진 장소를 꾸불꾸불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슬레트 담벼락....늦은 밤,달은 반쪽으로 동강이 나 있었다. 꼬부라진 그 담 아래에 버려진 커다란 곰인형처럼 쭈그리고 토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난 그 담벼락을 지나고 있엇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잠시 토사물을 쏟아내더니 야!내버려 둬!손 치워!하며 증얼거렸다. 희미한 어둠이 그녀의 등에 머무고 있었고 나의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한손을 벽에 짚고서 어설픈 자세로 스러질듯 간신히 일어선다. 괜찮아요? 그녀의 축 늘어진 긴 머리칼사이로 눈이 보였다. 그리고 그건 빛나고 있었다.커다란 눈.눈물을 쏟으면 가장 아름다울것 같은 눈이였다. 반쪽짜리 달빛은 그녀의 눈으로 부딫혔다가 다시 내 눈에 머물렀다. 그녀는 언제부터 울고 있었던 것일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그녀의 눈가를 딱아내고 입가에 남은 오물을 마저 닥아냈다. 그녀는 그저 내눈속에 무언가를 찿아내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돌아섰다. 왠지 좋지않은 기분이 등에 붙은듯했다. 몇 걸음걷지도 않아 그녀는 당돌하게 야!라고 하며 나를 불러세운다. 그리고 내 어깨위에 양팔을 올렷다. 그녀의 입술은 순식간에 나의 입술에 부딫히고 있엇다. 나역시 어찌할수 없는 기운에 사로잡혀 그녀와의 키스는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우린 함께 잤다.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왠지 그래야만 할것같았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그녀의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옮겨다 놓은듯 도저히 실재적이지 않았다. 완벽한 허상.나의 몸도 어딘가 부적합이라는 판독을 해대고 있는듯했다. 무언가가 스르륵 빠져나가버린듯 머리속은 엉켜버린 전기선처럼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누군가 밤새 나의 몸속의 장기를 빼내고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다.그런데 그 자리는 예전의 그자리가 아니다.아주 미세하게 흐트러져 있다. 어제의 호흡은 이렇지 않았다구.이건 얇은 종이가 바람에 날리는듯 하기도 하다. 옷을 입고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곧장 집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이틀동안 내내 먹지도 못하고 잠에 끌려다녔다. 이제 깨어나야되갰군..하면 등뒤에서는 안돼.아직 더자야 한다구,푹 자라구...하면서 나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면 난 다시 잠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내가 깨어났을무렵부터는 모든것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한달후,낙동강 강둑에서 그녀를 보았고 나의 세포들은 일제히 개처럼 짖어댔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가 어디서 키스를 했는지 묻고있다. 난 그녀에게 왜 우리가 키스를 하게되었고 왜 잠자리를 하게 되었는지 오히려 묻고싶어졌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아무것도 물을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옆에 나란히 앉아 강을 바라볼뿐이다. 여름날 오후 다시 그녀와의 키스는 바람처럼 몰려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유년의 낡고 삐걱거리던 의자위에 소복히 고여있던 햇볕이 차츰 빗속의 흐려지는 유리처럼 지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몸속에 도사리던 개들도 더이상 짖지않게 되었고, 강아래 가라앉은듯 나역시 기억처럼 투명해져갔다. 간혹 그녀의 푸른 자전거는 내내 내 기억의 밑바닥을 미꾸라지처럼 휘젖고는 쏜살같이 사라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