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으로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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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내안에 머물지 못하고 날렵한 바람에
떠밀려 저만큼 나가떨어졌다.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길위에서 폐달에 발을 올리고
걸쭉한 바다냄새를 폐부 가득 쏟아붓는다.
검은색 벙거지 모자는 저만큼 날려가서 바다로 뛰어든다.
내리막 길에서는 온몸의 땀구멍을 열고,바람을 받아들인다.
도망자를 추적하는듯한 뜨거운 태양의 빛살을 뒤로한채
난 달린다.
개처럼 헐떡이는 난 요란한 나의 심장의 요동소리를 들으며
쿵 쿵쿵...
나의 등에 덕지덕지 붙은 소딱지같은 기억이 떨어지는것을 본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멈춰버리면 쓰러지고 마는 그런 생의 풍경이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겠지.그래서 앞으로 계속 나아갈수 밖에 없는건가...
하얀 껍질을 가진 자작나무를 보러가자.
어딘지는 나두 모르지만 그 숲으로 가야겠어.
국도변 어딘가에서 이름도 모를 들꽃을 지나치고 어느순간 길은
비포장길을 들어선다.
작은 돌맹이가 바퀴에 튕겨나가고,어디선가 바람이 썰물처럼
지나간다.
머리위로 작은 하얀새가 날아서 저 건너편 숲속으로 사라졌다.
낮은 야산아래 집이 하나있고,마당에는 닭들이 이리저리
무심히 돌아다니고,귀퉁이에는 토끼장이 놓여있다.
그리고,기척도 없는 늙은 개 한마리 그늘에 누워있다.
자전거위에 짐짝처럼 앉은 난 그곳을 지나쳤다.
그렇게 풍경처럼 지나치는 것이다.
난 그 아쉬움을 풍경처럼...
...................
우리가 만나는 풍경도 지나치고,
우리가 얼굴 부비며 나누던 일상의 세세한 얘기들도
그 풍경안에서 지나쳤다.
바다를 떠나왔다.그 곳을 떠나서 난 살수가 있다.
바다속 깊은곳의 멈춰버린 시간을 생각한다.
제발 이 시간만이라도 가라앉아 주길 바란다.
빗물같은 시간이 쏟아지길 바라고...
이기적인 나를 몰아세워서
"너!이 자식! 이기적인 놈.."이라고 해도
무슨말을 해야할지 ...
.............
자작나무 하얀 껍질을 태우듯 그렇게 살고 싶다.
그 숲에서 밤마다 그 껍질을 태우며 매운 연기를
들이키며 눈물 쏟아내면서 살고 싶다.
자작나무숲으로 가면 말라죽은 뱀처럼 무언가 남아있을꺼야.
그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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