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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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의 무릎위에 머리를 기대고 있을 무렵 부터
그녀가 채 뜨이지 않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것과
내가 그녀의 노란 팬티를 생각해낸 것은
거의 같은 시간이였다.
먼바다의 여행이라는 책이 있었다.
작가의 이름도 이제는 모조리 날아가버렸지만,
어쩐지 그 바닷가에 아직도 그들은 서로를 위해
자신의 눈물을 짜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들은 어느 잃어버린 섬에 살고있고,
그들이 알지못하는 어떠한 힘에의해 그곳에 버려진채
죽음이라는 시간이 올때까지 그 먼바다에 살게 된 것이다.
그들의 인생에서 결코 만날것 같지 않을 그러한 일상에서
그들은 같은 시간에 그 곳에 버려졌고,
그들은 실재적인 삶은 소멸된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지하철 동래역에서 그들은 어쩌면 만났을지도 모른다.
바쁜 출근시간이였던 그 때,전철은 갑자기 멈춰버렷고,
그들은 각자 택시를 잡으러 그냥 뛰어나가다 한번 ..딱
한 번 얼굴을 스쳐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알지못했던 곳으로 추방되었다.
어느 날 문득 깨어보니 그들은 그 잃어버린 기억으로 돌아와 있었다.
..........................
이 소설은 여기부터 아무런 진전이 없다.
지구최후의 날에서 두 남녀가 화성에서 만나는 그러한 설정 비슷하다.
삶은 여기까지이다.
우리가 보내온 어제의 기억에서부터 가볼수 없던 그러한 곳까지
우린 우리가 기억해 낼수 있는 범위는 너무도 좁다.
그래서,기억은 굴절되고,변형되나 보다.
그녀는 내게 안겨든다.
[ 이제 돌아갈수도 없어!]
그는 피어오르는 담배연기를 보다 말한다.
이건 진실에 가까운 말이다.
아직도 기차 소리는 창을 너머 그의 고막을 울리는 것이다.
셀로니우스 몽크의 틈을 가르는 피아노 소리가
그녀의 갈라진 틈으로 흐른다.
[울지마! 이젠 어쩔수 없잖아!]
그녀는 낮은 흐느낌으로 그를 잡으려 한다.
방구석에 늘려진 맥주캔을 하나 따서 입안으로 쳐넣는다.
거품은 그녀의 목에서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보이지 않니? 우리에게 내려진 에로스의 저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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