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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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가 났다.
그건 어쩌면 바람이 아니였는지도 모른다.
잠들지 못한 어둠의 긴 한숨이였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방안에 쌓인 어둠을 바라보며 뒤척인다.
...
밤새 그녀와 내가 만든 풍경은 바람숲 대청마루에 소복하게
고여있던 따뜻하게 데워진 그리움의 모습이였다.
내가 피워낸 아침의 안개.
마당구석에 쌓아놓은 기억더미.
기차는 오늘도 고단한 레일위를 달린다.
비가오고 비가 왔었고,비는 대기에 머물고 있다.
...
며칠째 마른 장마가 계속되고,우린 지쳐간다.
...
k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k는 성실하다.그 성실함은 국제공인 성실자격증이 있다면
그에게 그냥 줘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k는 성실하고 과묵하다.또 과묵함으로 따지자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 없다.
k는 아직 애인이 없다.당연하다.
말주변머리도 없는데다가 얼굴은 또 험상스럽다보니
자연히 그에게는 여자들이 왔다가는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곤한다.
하지만,k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는 화 한번 내는 법도 없고,어디 산중의 수행을 하는
수도승이라도 하면 훨씬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물론 그는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가요에서 썅송까지 아니,클래식까지 모든 종류의 음악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의 낡은 프라이드의 차에는 테잎하나 굴러다니지 않는다.
그의 재산목록에 오른 낡은 차는 항상 깨긋하다.
손수 아침마다 왁스칠을 하고 머리카락 하난도 허용치 않겠다는 신념의
세차인 것이다.
그는 나의 건넛방의 하숙생이다.
그와 대화를 나눈 기억은 거의 없다.고작 식사시간에 식탁에 둘러앉아
옆에 물 좀 주시죠.혹은 식사 더 하시죠 그 정도다.
그와 밥을 먹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말을 하지도 않고
말을 시키지도 않는데 있다.
당연히 나에게는 식사 파트너로는 최고라고 할 정도이다.
주인 아줌마에게도 좋은 평을 듣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도덕성이 띄어나고 불평불만이 없는 최고의 하숙생이다.
어더한 반찬을 줘도 묵묵히 밥 한 공기를 비우고 슬그머니
나가는 것이다.
술은 커녕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 철저함도 있다.
허허허 연기로 날려버릴 담배를 왜 피웁니까!쓸데없이...
그는 슬데없는 짓은 전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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