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공갈새

공갈새

불꺼진 방...



	불꺼진 방... 어느 순간 이렇다. 어느 순간...3월 28일 그가 깨어난 시간은 정오가 조금 되기 전이였다. 그녀는 약간의 빵을 섭취하고 나갔나보다. 참 미안하군. 불을 켜 보면...그가 누운 자리 그림자 같은 검은 모습 하나 누워있다. 예전에 '북극성으로 가는 문' 이라는 단편하나가 기억난다. 그 소설의 대략적인 내용들이 나의 글과 비슷한 분위기에 잠시 놀랐던 적이 있다. 세상에 누군가는 그[나]와 같은 텍스트를 가진 사람이 있긴 있는가 보군..하며 서너 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패턴 이란게 결국은 그다지 다를 것도 없는가 보구나...하고 자위한다. 그[나]가 처음 수음을 하며 생각 한건 지중해였었다. 지중해...어린 날 T.V에서 보였던 지중해의 풍경은 이제껏 바다라고 인식하던 모든 눅눅한 기억들을 단숨에 막아서고 적어도 삶은 어판장에서 풍기는 그런 썩은 생선냄새가 아니였던 것이다. 늘 기억은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 단 한번도 그 기억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느 바다에서든 그 곳은 이미지 안에서는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나]는 무얼 확인하고 싶었을까? 알고 보니 그 이국의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만 그[나]가 자라서 다시 들여다 본 그 때의 그 바다에서는 여전히 그대로의 공장이였다. 공장...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대체 무얼 만드는 걸까? 쭈그리고 앉아 오징어 배를 가르며 누런 창자를 꺼집어내고 눈알을 뽑고 말끔히 간물에 씻겨져서 그 허연 뱃가죽을 뒤집어 꼬챙이에 끼운다. 그리고, 얼마간의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어떤 아낙들은 오뎅 천원어치를 검은 봉지에 담아가고 또 어떤 이는 사과 몇 알을 하얀 봉지에 담아간다. 하루치의 삶이 그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라는 말이 얼마나 눅눅한 말인지 그[나]는 똑똑히 보아왔다. 그곳은 어딘가 모르게 제국의 태양 같은 냄새가 나기도 한 것 같다. 제국의 바다에서 만들어내는 몽롱한 꿈들이 비닐 봉지에 담겨져서 하루를 살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전체주의적인 발상 이란게 기실은 그런 것이다. 그 곳에 가보면 그게 어떤 것인지 알게된다. 어업 전진 기지라고 이름 붙여진 울릉도 저동항. 10년이 지난 바다라고 하지만 왜 그 곳의 기억들을 목에 매달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12년... 무의식의 바다에서는 늘 그 섬이 흐르고 있나보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 섬이 어느 뭍에 당도하고 무언가를 싣고 가는 것이다. 삶이라고 그[나]가 알고있는 풍경... 그리고, 오디푸스 콤플렉스라고 일컫는 살부 의식이 내 유년의 결정이다. 왜 애비를 죽이고 싶은가? 그건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그[나]가 알고있는 애비는 그[나]를 괴롭게 만드는 존재에서 적 개념으로 확장된 인식이다. 그러므로, 애비는 그[나]에게 적이다. 넘어서야 하고 사라져야할 적... 아버지는 늘 울타리 저 너머에서 잠시 쳐다보고 돌아서서 가는 존재였다. 어쩌면 그게 아버지대로의 방식 이였겠지..라고 지금에서야 생각해본다. 허나 그 방식이 문제가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버지의 방식이라고 하는 건 방치였다. 분리수거 안되는 커다란 짐 덩이 하나 문밖에 내다놓고 있는 그런 거였다. 그러므로, 그[나]는 고장나서 방치된 냉장고 같은 존재였다. 음...심각하군... 심각하지... 베르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인가? 라는 그 영화를 처음 보는 순간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이들이 보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보여주는 존재라는 걸 절감했었다. 물론 이 말은 어디에도 적용가능한 말이다. 허나, 국한시켜서 말을 한다면 그[나] 가 바라는 아버지의 방향성을 이미 그때 그[나]는 취사선택했었다. 하지만...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