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 페르세우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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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 있던 친구들은 깜짝 놀랐다.
"야! 재욱아.. 서빈이 왜그래?"
"응? 응..글세.."
재욱은 뛰어나간 서빈이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서빈은 빨리 가자고 연신 외쳐댔다.
이선생이 한 말이 떠오른다.
# "내가 다희 처음 봤을 때..참 맑구나. 너무 맑아서 쉽게 상처받겠구나 생각했었어. 혼자서는 절대 밖으로 나가려하지 않았고,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했어. 그래서 나도 다희랑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었지..그런데, 서빈아.. 난 너한테 참 고맙다.
다희는 서빈이 널 만나면서 달라졌거든. 혼자서 밖에 나가는 걸 시도했고, 웃음도 많아지고,말도 많아지고 그리고..지금은 복학도 해서 친구들도 사귀게 됐고...
다희는 처음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법을 배운거야. 너에게서..." ##
H대에 도착한 서빈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작품전이 열기는 강의실로 뛰어갔다.
다 끝나갈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서빈은 두리번거리며 다희를 찾았다.
서빈은 안내하는 학생에게 갔다.
"저 혹시 김다희라고.."
"다희 선배요? 선배 여기 없는데.."
그때 옆에 서 있던 다희의 친구가 서빈에게 말을 걸었다.
"다희 찾아오셨어요?"
"네. 다희 어디있어요?"
"그럼, 혹시 다희가 기다리던 사람이.."
"다희가 절 기다렸어요?"
"네..계속 들어오는 사람들 속을 두리번거리며 누굴찾더라구요."
"어디..집에 간건가요?"
"네? 다희 오늘 유학갔는데.. 모르세요?"
"네? 유학이요?"
"네.. 지금쯤 비행기안에 있을거예요."
# '이번 작품전이 끝나면 다신 널 볼수 없을거 같은 생각이 든다. 꼭 왔줬으면 좋겠어.'##
쪽지에 있던 그말.. 그게 유학이었다.
서빈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었다. 그런 서빈에게 친구가 말을 한다.
"저, 잠깐 따라오세요."
서빈은 그 친구를 보더니 그 뒤를 따라갔다. 친구는 다희의 그림 앞에서 멈췄다.
"이거 다희 작품이예요."
서빈은 그림을 보았다.
"별을 쫓는 소년.."
서빈은 제목을 작은 목소리로 읽었다.
"다희 프랑스 파리로 갔어요. 다희랑 친구세요?"
"네.. 친구.. 정말 친한 친구죠.."
서빈은 그림을 보며 힘없이 말했다. 잠시동안 그림을 보던 서빈은 겨울에 유성 관측을 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땐 처음으로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서빈이..
# '지금까지 운명이란걸 믿지는 않았지만, 혹시 나에게 정해진 인연이 있다면 이젠 사랑할 수 있게..'
"서빈아, 저기 다희 아니야?" ##
그때.. 소원을 빌었던 때.. 다희가 있었다. 다희가..
서빈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희의 그림을 뒤로 한 채 터벅터벅 걸었다.
"가시게요?"
"... ..."
다희의 친구는 힘없이 돌아서 가는 서빈을 보고 있다 갑자기 다희의 그림을 들고 서빈이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다희의 그림을 내밀었다.
"저.. 이거 갖고 가세요."
서빈은 그 친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져가세요. 다희 그림이예요. 어차피 자기 그림들 가져가거나 아니면 학교에 따로 모아두기도 하는데.. 다희 그림 좋아서 제가 갖을려구 했었지만, 이 그림은 아무래도 그쪽이 주인인거 같네요."
서빈은 천천히 그 그림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다희, 꼭 만나세요."
서빈은 집으로 왔다. 안으로 들어서려던 서빈은 불이 꺼져있는 다희의 방을 바라본다.
"후~~~~"
서빈은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언덕 소나무... 그 앞으로 흰 벤치...
그 곳에 앉아 있던 다희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서빈이 다가갔을 때 어깨를 들썩이며 놀라던 다희.. 자신이 권해주던 김현성 음악을 듣던 다희..
창문앞에 마주보고 글자써가며 웃던 모습..
아침에 함께 얘기하며 공원을 오르고, 소나무 아래에서 눈을 맞던 일들...
"내가.. 그렇게까지 화낼건 없었는데.."
서빈은 혼잣말을 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벤치 옆 가로등에 주황빛 불이 들어왔다.
그 빛에 서빈의 그림자가 그려진다. 까맣고 슬픈 그림자가 그려진다.
집으로 돌아온 서빈은 창가로 가 까맣게 불꺼진 다희방을 바라본다.
따르릉~따르릉~
"서빈아, 전화 받아라. 재욱이다."
...
"여보세요?"
"서빈아, 너 괜찮니?"
"응?..응.."
"너 아까 나가고서 한참 있다 그 누나 왔었어. 다희 선생님.."
"응. 그래.."
"다희.. 못 만났니?"
"... 응.."
"유학.. 갔다면서.."
"응."
"서빈아, 너.."
"재욱아, 나 피곤하다. 좀 쉬고 싶어."
"어? 어.. 그래.. 담에 통화하자."
"그래. 고맙다."
서빈은 컴퓨터를 켰다. 혹시 자신에게 쪽지를 남겨두었을지 모른다.
<편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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