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 페르세우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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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는 서빈이 방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 다희는 서빈에게 줄 카드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공원으로 가는 길 저 편에서 서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옆에 재욱이의 모습도 보였다.
서빈과 재욱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서빈아,저기.. 다희.."
서빈은 고개를 들었다. 서빈의 집앞에 다희가 서 있었다. 서빈은 잠시 섰다가 다희에게 다가갔다. 다희가 서빈을 보자 서빈은 다희를 지나쳐 갔다.
다희는 조금 놀라다 이내 서빈이의 옷을 잡는다.
"왜?"
그 동안 다희에게 대하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서빈의 목소리와 표정이 다희는 슬펐다.
다희는 카드를 서빈에게 내밀었다.
[이거, 크리스마스 카드..]
서빈은 다희가 내미는 카드를 마냥 바라보다 다희의 얼굴을 본다.
"아..야.. 하서빈.. 뭐해.. 다희가 카드 주잖아. 빨리 받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재욱이 말을 건넨다.
하지만, 여전히 서빈은 그 카드를 보기만 할 뿐, 받지는 않는다.
다급해지는 재욱은 서빈을 재촉한다.
"야.. 하서빈.."
"이거 누가 주는거야?"
서빈이 물었다.
다희와 재욱은 그 물음에 눈을 크게 뜨고는 서빈을 본다.
"이거.. 다희가 주는거야? 아니면 소녀님이야?"
그제서야 서빈의 물음이 이해가 가는 다희는 카드 든 손을 가만히 내렸다.
서빈은 그냥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서빈이 들어간 문을 바라보고 있는 다희의 뒷모습을 보던 재욱은 다희가 들고 있던 카드를 다희의 손에서 빼낸다.
"내가 전해줄께."
다희는 재욱의 얼굴을 보았다. 재욱은 다희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란다.
다희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고마워..]
"어.. 어.. 고맙긴.. 서빈이 자식 조금 서운했나봐. 널 두사람으로 보고 있었고 넌 하나가 아닌 둘의 모습으로 서빈이 대해온거..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너무 걱정마."
[응]
다희는 서빈이네 집을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간다.
방안에 들어온 다희는 음악을 크게 틀고 침대 위에 누웠다.
잠시 후.. 아빠가 들어오셨다.
"다희야, 너 복학 한다고 했니?"
다희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빠를 보았다.
"너 무슨 일 있니? 음악은 왜 이렇게 크게 듣고.."
[아빠, 봄에 작품전 있어요.. 나 하고 싶어!!]
다희의 아빠는 다희의 눈빛을 보았다.
예전에 작고 약하기만 했던 다희.. 그런 모습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래.."
다희의 아빠는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다희에게 다정한 미소를 띄웠다.
서빈은 책상앞에 앉았다. 책상 위에 재욱이가 놓고간 다희의 카드가 있다.
서빈은 한숨을 '후~' 쉬며 일어서 창가로 가 창문을 열었다.
건너편 창가에 붉은 화분이 보인다.
다희와 자신이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 [그거..허브야]
"허브... 나도 알아. 그거.."
[향이 참 좋아. 물주고 가꾸는 화분하나 있었음해서 산거야.]
"다희 넌 친구가 많겠다."
[응? 친구?]
"그래. 친구.. 자연과 친한 사람치고 나쁜 사람 못봤거든." ##
다음날, 서빈은 아침일찍 일어나 공원에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던 서빈은 걸음을 멈춘다. 집앞에 다희가 있었다. 다희는 서빈을 보자 손을 흔들었다.
[얘기 좀 할래?]
서빈과 다희는 공원 언덕으로 갔다.
[미안해.. 처음부터 널 속일 생각은 없었어. 어떻게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하다보니까? 뭐를 어떻게 해?"
[서빈아, 미안해.. 난..]
"미안할 거 없어. 그 동안 재미있었겠구나. 소녀님과 다희 니가 한 사람이었다는것도 모르고 내가 소녀님 얘기하던거... 나만 바보였지.. 넌 내모습이 우스웠을거구.."
[서빈아, 그런거 아니야. 난, 정말..]
"솔직히 난 니가 참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한테 속마음 털어놓을 때마다 고마웠어. 너 날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건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
[.... ... 미안하다. 정말... 하지마, 난 널 가식으로 대한적 없어.]
"그래..하지만, 당분간 난 너 안봤으면 해.."
서빈은 그렇게 다희에게 등을 보이며 공원 언덕을 내려간다.
'서빈아...'
예전엔 서빈이의 등이 참 다정해 보였었는데..
오늘 보는 서빈이의 등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 후로, 서빈과 다희는서로 마주칠 때마다 어색하게 스쳐지나가곤 했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다희는 참 많이 변했다.
자신이 벙어리인것만 빼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젠 벙어리라는 것도 문제 될게 없었다. 이젠 3학년이 되는 동기들과 친해지려 먼저 말을 걸고 함께 공부하는 후배들과도 잘 지내려 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해하던 사람들도 점차 다희를 좋아하게 되었다.
다희와 얘기하면서 간단한 수화도 배우고, 때로 글로 대화를 하기도 했다.
다희는 항상 집에 돌아오면 서빈이의 방 창을 바라보며,
'고마워 서빈아. 내가 지금 이렇게 잘지낼 수 있는건 다 너 때문이야. 그런데, 우린 언제쯤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는거니..'
그렇게 속으로 말하곤 했다.
그리고, 5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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