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라
깜찍하고 발랄한 소라의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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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빈은 편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동안 컴퓨터를 안 썻더니, 편지가 몇통 있었다. -그대는 알지 못합니다. 너무 작기만 한 나를 그대에게 내보일수 없는 마음... -그대에게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대는 멀기만 합니다. -- 1233 -- -자신이 약해 보인다는 걸 알았을 때, -과거에 난 절망하는 것 밖엔 할 일이 없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조금씩 커져가는 그대로 인해 난 더 이상 약한 나르 보며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대가 가르쳐준 세상사는 법을 이젠 많이 배웠습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세상에 발을 딛고 있었습니다. -- 1233 -- ... ... -사랑하는 마으믈 가질수록 그대를 보는 나는 너무 보잘 것 없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거짓말이 느는가 봅니다. -좀더 잘 보이려고, 좀더 나아보이려고, -보잘 것 없다 느껴지는 나를 숨기려 거짓말이 느는가 봅니다. -- 1233 -- .... ....... 가끔씩 오던 '1233' 익명의 편지.. 그 편지를 읽으며 서빈은 많은 생각을 했다. 서빈은 이제 다희의 모든걸 이해할 수 있었다. 서빈이 자신에 대한 다희의 말들도 모두 진심이었다는거.. 이젠 모두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서빈은 이선생을 찾아갔다. 이선생은 서빈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어제 작품전에 갔었다면서..?" "네..그런데 늦었어요." "다희가 작품전 끝내고 갔으면 좋았을걸.." "다 제탓이에요." "서빈이 너 잠 못잤구나?" "조금.." 그러면서 서빈은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편하게 기대앉아. 피곤해 보인다. 내가 먹을 것좀 가져올께." "고마워요. 누나.." 서빈은 쇼파에 기대고는 앞에 보이는 테이블 위에 액자들을 보았다. 그러다 눈에 익은 물건을 발견했다. 붉은 화분.. # '그거..허브야' ## 다희의 다희가 했더 말이 생각난다. "허브.." 먹을 것을 내오던 이선생은 서빈이 중얼거린 소리를 듣는다. "응? 뭐라구 했니?" "저거.. 이선생은 서빈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다희의 화분이 눈에 띠었다. "아.. 다희화분.. 어떻게 알았어?" "다희방 창가에 놓여 있는거 봤어요." "서빈아, 너 저 화분 가질래?" "네?" "다희가 나한테 잘키우라고 했었는데.. 니가 키워서 나중에 다희 오면, 돌려줘. 다희가 좋아할 거야. 내키지 않으면 그냥 두고.." "... 네..가져갈께요." "그래.." 서빈은 화분을 받아들고 일어선다. "참! 서빈아. 부탁하나 하자." "네." "다희네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들 니가 좀 맡아 줄래? 내가 가지러 갈께." "네. 그러죠." "고맙다." 서빈은 허브화분을 조심스럽게 들고 집으로 간다. 허브를 잘 키우고 싶었다. 집에 도착한 서빈은 다희네 우편물들을 들고 들어왔다. 우편물은 책상에 두고, 화분을 어디다 놓을까 고민하다가 다희가 그랬듯이 창가에 놓았다. 의자에 앉아 화분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서빈은 책상위에 놓아둔 우편물들을 잘 모아 서랍에 넣어두려다 다희네 집 주소를 조심스럽게 본다. '..서구 O동 12-33" "12-33? ... 12-33번지... 아! 1233!! 1233.." 자신의 생각에 조금씩 영향을 미쳤던 익명의 편지... 그건 다희의 편지였다. 서빈은 너무 미안했다. 다희는 자신의 장애로 인해 자신있게 생활할 수 없었던거.. 서빈 다희의 그 동안의 아픔들을 다 이해하기엔 자신이 너무 속이 좁았다고 생각했다. '다희는 나를 잊으려 하고 있을까.. 미안하다. 다희야.."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서빈은 군대도 갔다왔고 조교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재욱과 단짝이어서일까.. 재욱도 함께 조교를 맡고 있다. "휴~." 재욱이 한숨을 쉰다. "왜그래?" "응? 아니야.." "너 현주랑 또 싸웠냐?" "아, 아니야. 싸우긴.." "잘해. 임마." "치..너나 잘해, 임마." 관측 카메라와 망원경을 정리하는 서빈을 재욱은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한참 정리중이던 서빈은 재욱을 바라본다. "왜?" "응? 뭐.. 뭐가.." "왜자꾸 날 보냐구.." 30분동안 재욱은 의자에 앉아 서류철을 들고는 시선을 서빈에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뭐야? 할말 있음 얼른 해.." "아니야.. 할말 없어. 니얼굴 너무 잘생겨서 질투하고 있었어. 하하.." "뭐? 으~휴. 됐다. 임마!" 재욱은 일어섰다. "그래.. 잘생각했다. 할 일 없으면 집에난 가라." 일어선 재욱을 보고 서빈이 한 말이다. 일어선채 잠시 서있던 재욱은 다시 앉았다. 서빈은 그런 재욱을 바라보았다. "너 진짜 무슨일 있어? 왜 안절부절.." "너.." "응?" "다희 오면 만날거지?" 재욱의 말에 서빈은 몸이 굳은 듯 가만히 있었다. 잊고 있었다. 다희라는 이름을 시간으로 잊고 있었다. 아니, 사실 서빈의 마음속 깊이 다희라는 이름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아무누구와도 사랑을 하지 않은 건지도... 항상 마음 한켠에 두고 있던 사람이었기에, 꼭꼭 숨겨놓았던 사람이었기에 재욱이 그 이름을 밖으로 꺼낸 것이 서빈을 잠시 놀라게 한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왜?" "만날거지?"" "글세.. 지금쯤 다희는 날 잊었을지 몰라. 날 보고 싶어하지 않을거야. 내가 상처를 줬는걸." "다희.. 왔어."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