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기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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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두는 한산하다. 그가 상념에 잠긴 사이 몇 마리 비둘기들이 공원 숲 속으로 쫒기듯 날아갔다. 부두 뒤쪽으로는 공원이 잇닿아 있는데 청설모들이 아침식사를 하는지 분주하게 보인다. 우뚝 솟은 빌딩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 제각각 도형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출렁이는 강물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부두를 쉴새없이 때리고 있다.
그에게 뉴욕은 희망의 도시였다. 뭔가 새로움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새로움은 과거를 묻고 새출발한다는 의미다. 그것이 희망이었고 지금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다. 맨해튼 골목 골목마다 사람들의 역동성을 보며 한줄기 희망을 가졌다. 멜팅팟(melting pot) 도시답게 뉴욕은 다양성이 공존하고 있다. 그 중심부가 맨해튼이다. 그래서 그는 맨해튼 한복판 아파트에서 살았다. 역동의 숨결을 더 가까이서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멀리 뉴저지에서 다리를 건너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정반대였다. 사람들이 맨해튼으로 들어올 무렵, 그는 거꾸로 7번 트레인을 타고 롱아일랜드 시티로 나갔다. 맨해튼 동쪽 강변에 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부두에는 사람들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바람이 세차게 부두를 박차고 올라올 때마다 그림자들도 서로 뒤섞이며 일렁거렸다. 우선 매표소를 찾아 티켓을 끊었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3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벌써 줄이 길었다. 그는 긴 줄 맨끝에 서 있다. 차가운 강바람이 쉴새없이 뺨을 스치며 사라진다. 그는 외투 깃을 한껏 끌어올렸다. 음산한 날씨에 마음마저 움츠려들어 더욱 춥게 느꼈다.
왜 그 곳에 뿌리를 박지 못하고 뉴욕으로 왔는가. 그는 자신의 가슴을 향해 끊임없이 자문했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 왜 절망했나. 무엇이 그토록 그를 절망의 늪으로 떠밀어 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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