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기행<1> -연재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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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떠나기로 결심하던 날, 그는 맨해튼 끝자락에 서 있었다. 서둘러 그는 공원 오솔길을 지나 부두로 나왔다. 아스라히 뉴욕 항구가 시야에 들어왔다. 1백여년 전 이민자들이 거쳤던 관문이라 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그 옆으로는 이민 박물관이 있는 앨리스 섬이 때마침 안개를 걷어내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역시 브루클린이 떡 버티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뜸했다. 쉴새없이 출렁이는 강물 소리와 수면 위를 나는 이름 모를 새들만 정적을 깨고 있었다. 강물에 반사된 아침 햇살이 은빛 비늘처럼 반짝거렸다. 강이라 하지만 바로 바다와 지척이어서 바다라 해도 상관이 없었다. 등 뒤로는 빌딩들이 저마다 땅 속에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우뚝 솟구쳐 있었다. 맨해튼의 마천루였던 세계무역센터(WTC)는 지난 해 테러 공격을 받아 온데간데없이 허망하게 움푹 꺼져 있었다.
그는 오른쪽 호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댕겼다. 찬바람이 불어와 얼굴이 따끔거렸다. 그는 외투 깃을 목 뒤로 끌어올려 조금이나마 체온을 유지해야 했다. 강 기숡을 훑고 올라온 바람은 곧 빌딩 숲으로 스며든다. 그 바람은 행인들의 살갗을 후빌 것이었다.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그의 얼굴이 조금씩 일렁거렸다. 약간의 푸른빛 연기와 괴로운 표정이 겹쳐지면서 그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그러자 뉴욕까지 와야 했던, 오지 않으면 안됐던 당시의 절박한 상황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는 머리를 약간 숙인 채 연신 담배를 빨았다. 왜 저 빌딩들처럼 한 곳에 뿌리를 박지 못하는 것일까. 한 곳에 뿌리를 박는다? 적어도 그의 관념에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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