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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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에 한 해를 잊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분주하다 모닥불을 피우고
한 잔의 술을 마시며 잊히지 않는 것
잊을 수 없는 것까지 잊어버리려고 하며
어제 오늘을 잊고 내일만을 강조하는 오늘에
무릎을 꿇는다 다만 하루만으로 망각되어야 하는
아무도 더 이상 기억하려 않는 오늘
몇 명씩 모여 앉아서 모닥불로 사루고
또 한 잔의 술로 잊으려 해도
그 날의 모든 진실까지 잊으려 하지만
손가락 발가락을 태워서라도
가슴 속 불꽃이 꺼지지 않게
소주처럼 맑고 소주처럼 강하게
기억해야 한다 한 해를, 지나간 모든 나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3.1날도 4.19도 5.16도 8.15도 오월 그 무덥던 하
루도
모든 이름 없는 날까지
또, 또, 한 잔의 술을 마시며 우리는
눈에 눈에 불을 켜고 어둠을 노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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