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김종인

김종인

아메리카1-



	아메리카1 ---웃는 얼굴을 한 적들 김종인 70년 전 헉슬리는, 인류 최대의 위험은, 웃는 얼굴을 한 적에게서 온다고 했다. 증오와 공포의 얼굴을 한 적들이 아니라...... 로마제국 이후 어떤 제국도 문화, 경제, 군사적으로 완벽하게 지배한 적이 없다. 번갯불과 같이 빠른 속도로 곳곳에 군대를 배치하며, 세계 190여 국 중 132개국에 주둔한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내전 당시 탈레반에게 17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제공했던 제국, 파나마의 노리에가, 칠레의 피노체트와 손을 잡고, 더러운 전쟁을 함께 했던 제국이 차갑게 웃는 얼굴로 악의 축을 겨냥한다. 영혼의 타락, 파멸의 심연이라며 제국이 키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한때 CIA의 협조자였던 빈 라덴 같은 자들을 향해, 따뜻한 보수라는 가면을 쓰고 거칠고 반동적이며, 다시 돌아온 냉전의 전사들이 웃는 얼굴로 총부리를 들이댄다. 그들은 이미, 냉전과 걸프전과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을 이겼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제국 외의 열 나라의 군사비를 다 합쳐도, 제국 하나를 넘어서지 못한다. 냉전시대, 제국과 소련은 서로를 악의 세력이라 불렀지만, 이제 악의 세력은 제국만이 규정할 수 있다. 나쁘다면 나쁘고, 불량하다면 불량한 악의 축이 된다. 웃는 얼굴을 한 적들은 사담 후세인 같은 자들인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자들인가 아니면, 오,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 팍스 아메리카의 신봉자들인가! 이미 70년 전 올더스 헉슬리는 인류 최대의 적은, 증오와 공포의 얼굴을 한 자들이 아니라고 했다. 아메리카2 -제국의 길 제국의 아침이라는 드라마에서 나는 보았네. 하늘과 땅이 붉은 피로 물든 노을이 지고, 찬란히 밝아오는 제국의 아침을 나는 보았네. 제국은 늘 외부에 적을 만들고, 배타하고, 침략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어떤 법에도 따르지 않으며, 법을 만드는 것이 제국이다. 제국의 법은 인류 공통의 법, 필요한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굴복시킨다. 실패한 국가들을 침공, 점령하고, 정권을 교체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독트린의 핵심은, 적대적인 국가 또는, 테러리스트에게 사전 선제 공격을 가한다는 것이다. 나쁜 놈들은 중국, 북한, 시리아, 이란, 이라크이다. 제국은 유엔의 결정과 관계없이 무력 사용의 권리를 주장해 왔다. 핵 항공모함 그룹 하나에 실린 군사력이 다른 나라 전체 군사력보다 강하다. 우주를 통제하고, 우주에서 지구를 지배하려 한다. 30분 안에 세계 어느 곳의 목표물이나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는 우주폭격기를 개발, 검토중이다. 국방성은 2005년까지 우주에 레이저 살인광선무기를 배치할 예정이다. 카네기 재단의 로버트 캐건은, 자비로운 세계의 패권은 세계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말하네. 웃으며, 칼럼리스트 크로터머는, 이제 우리는 제국임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네 하늘과 땅이 온통 피로 물들고 난 뒤, 핵폭탄의 버섯구름 뒤에도, 찬란한 제국의 아침이 밝아올 것인지 나는 모르네. 아메리카3 -정보의 바다 혹은 비데올로기 오늘도 나는 출근하자마자 정보의 바다에서 논다. 인터넷 속으로 들어가 익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웃으며 수다를 떨고, 욕설을 퍼붓고, 정치를 비꼬며 비데올로기의 포로가 된다. 인터넷은 처음 국방성이 군사 목적으로 개발했다. 빌 게이츠와 칼 피오리나의 화두는 전지구적 네트워크의 확장, 이제 네트워크에서 지배권이 나온다. 제국을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 달러와 인터넷과 미사일과 할리우드의 무차별적 폭격 아래, 지배를 당하는 자 스스로,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때, 상냥한 억압, 달콤한 정복! 전 세계의 맥도널드화, 코카콜라화요 전 세계의 할리우드화, CNN화 하자는 것. 시장은 이미, 국민 국가의 주권을 좀먹은 지 오래, 거대한 은행과 통상 기구, CNN이나 BBC같은 정보 서비스 다국적 기업의 문화가 민족 문화를 쓸어버리면서 달러라는 단일 통화, 영어라는 단일 언어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의 문화는 이미지 형태를 띠고, 본다(look)는 것이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되었으며, 로고와 스타, 가수와 마크들을 앞세워, 비디오가 지배하는 비데올로기 앞에서는 입을 닫는다. 오늘도, 팍스 아메리카의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영혼, 비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어 눈이 멀다. 아메리카4 --맥월드 문화 맥월드 문화는 이제 저항을 넘어섰다. 버그와 감자 튀김이 국수와 초밥을 몰아내고 할로윈이 프랑스의 새로운 축제가 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인도의 차문화에 선전 포고를 한다. 제국의 상품은, 대중 문화와 지적 재산, 이미지, 그리고, 미국의 영혼을 파는 것. 긴 시간에 걸쳐 점심을 즐기는, 지중해 국가 사람들의 습관은 패스트푸드 보급의 장애물. 신설 텔레비전 채널들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프로를 끊임없이 내보낸다. 패스트푸드 문화의 경우, 일이 첫 번째요, 인간 관계가 두 번째이다. 빨리빨리가 천천히를, 단순함이 복잡함을 대신한다. 패스트푸드 문화가 빨리빨리를 정착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빨리빨리의 로봇이 되고 있다. 궁중요리 한정식처럼 절차와 예의가 복잡한 음식 문화는 사라진다. 맛을 즐길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일본,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맥월드 문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다. 제국주의자들의 문화 세례에 시네4 종합영화상영관에서는 연일, 할리우드 영화가 판을 치고, 1층에는 으레 맥도널드 체인점이 미어 터진다. 아메리카5 --트로이의 목마 제국이 만들어 낸 대중 매체의 영웅들은 트로이의 목마와 같이 문화를 달리 하는 세계 곳곳으로 보내어 진다. 온라인 정보와 기술의 힘을 휘두르면서, 상냥한 억압, 즐거운 독재 체재의 구축을 위해서 야음을 틈탄 은밀한 침투가 아니라, 환한 대낮에, 찬란한 치장을 한 트로이의 목마를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트로이의 목마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할리우드의 영화, T.V 연속물, 만화와 비디오, 맥도널드 햄버그와 커피 체인점, 로고와 스타, 노래, 상표, 휘장, 포스터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신자들을 거느리며, 힘과 명령이 아니라, 비데올로기적 주술과 우리들의 자발적 동의를 통해, 처벌과 협박이 아니라, 쾌락에 대한 목마름으로, 우리는 이미 행복하게 굴종하고 있다. M-TV와 맥도널드, 디즈니랜드의 문화는 트로이의 목마처럼 스며드는데, 이란의 근본주의자들조차 한 눈으로 코란을 보면서 한 눈으로는 머독의 스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빙그레 웃고 있는 제국주의자들의 미소가 화면 가득히 떠오르고. 아메리카6 --누군가 엿듣고 있다 하늘과 땅속, 그리고 바다 아래 심연까지 누군가 엿듣고 추적하며 식별하고 있다.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인공위성의 눈에 포착된다 실시간으로. 하루 24시간, 세계 곳곳을 누비는 스파이들, 외교 군사기밀만이 아니다 산업 정보와 과학 기술 데이터까지 웹과 정보 고속도로, 마이크로 소프트와 I.B.M 야후와 아마존, 아메리카 온라인과 컴퓨터 거인들이 사이버 파워로 무장하여, 우리들의 알몸뿐만 아니라 상상력까지도 누군가 엿듣고 식별하여 빼내고 있다. 부자들의 소득을 쉽게 두 배로 늘리기 위해, 항상 만원인 감옥과 무너지는 복지 체제 아무 때나 해고 가능한 회사와 공공서비스의 후퇴, 도시에 들어서는 게토를 가리기 위해, 컴퓨터 산업 보호와 기술 혁신을 위해 누군가 세계를 엿듣고 있다. 제국의 건설을 위해서. 아메리카7 -한 방울의 이라크 석유 승리의 날에 얻게 될 한 방울의 석유를 위하여,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덴마크는 제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봉건 제후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자국의 주권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포기해 버린 지 오래.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제국, 승리의 날에 얻게 될 한 방울의 석유! 한바탕 찬란한 축제가 끝나면, 이라크의 석유 매장고는 문을 활짝 열고 원유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면, 경제 불황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 거대 정유 회사들은 은밀한 웃음을 나누며 축배를 들 것이다. 제국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교토조약도, 러시아와 맺은 요격미사일 조약도 철회하고 언론통제법을 강화했으며, 세계보건기구에서 낙태에 대한 언급조차 못하게 했다. 중동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석유, 이스라엘, 안정성이다 유엔에 치르지 않은 분담금이 무려 13억 달러에 이르고 유엔의 비준과 관계없이 전쟁을 할 수 있다 제국의 법이 곧 세계의 법, 변방으로 밀려난 유엔도 제국의 결정에 고개를 숙이는데 어찌 한 방울의 석유뿐이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