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가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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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와 불볕 더위를 지나고
강심에서 자라는 갈대숲
아, 가벼워라 세상살이
안개 자욱한 시골길에서 보면
아스라이 안개 속으로 가는 어린 새 한 마리
용호동 마을회관을 밝히는 등불
골짜기 깊숙이 밤이 내려와 쌓이면
무시로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인지
눈 쌓인 날 산에서 내려오는 노루 한 마리
아니면, 먹을 것 찾아 날아 오는 산새들 속에
너는 있을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투명한 가을 앞에서
누구를 위해 울고 있나
강심의 갈대숲 사이로
하이얀 점이 있는 어린 물새 한 마리
호잇 호오잇 울며
아, 가벼워라 한줌 흰 가루가 되어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어린 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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