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도 녹이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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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꽃이 바람에 나부낀다
억새밭에 눈부시게 떨어지는 가을 햇살
구름은 길고 긴 강을 이루어 흐르면
겉 푸른 겨울강 허연 이빨을 드러내는 모래톱
누군들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으리
준엄하게 꾸짖는 겨울 칼바람을 나목은 맨살로 견딘다
양파밭에 내리는 흰 서리
양파는 얼면서 얼면서 마음을 다지고 한 겹 한 겹
안으로 키우는 하이얀 내심
사는 게 이게 아닌데 하는 사이에 봄은 오고
봄은 기어이 오고, 황사 바람 속에서
진달래가 피고 사월이 와서야 후회할 것인가
강철도 늘 단련하지 않으면 녹이 슨다
강철같은 근육도 모르는 사이에 풀어지고
강철같은 정신도 녹이 슨다
낙엽을 밟으며 감상에 젖을 때,
억새밭을 거닐며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
만화방창, 춘삼호월시절에 취할 때,
강철도 녹이 슬면 낙엽처럼 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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