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줄기에 가슴이 베이고 - 산사에서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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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부치는 편지
-- 경봉스님 외, 명정스님 편역, 좋은 날, 2000.11
스님들의 편지라 그런지
경전 읽듯 마음이 경건해 진다.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에 담고 싶지만
아마도 그것은 나의 욕심이리라.
물 흘러가듯 마음으로 편히 대해고 싶다.
2001.1.17
명정 스님의 서문을 읽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가슴에 일렁거려 다시 되내인다.
"물건이 때를 만나니 각기 향기를 얻어 온화한 바람이 이르는 곳에 모두 봄볕일세"
명정스님께서 이 책을 엮으시면서 열병을 얻어 힘드실 때
귓가에 울린 경봉스님의 말씀이라 하신다.
아마도 내가 운 것은 나의 신세를 보며 어리석음에 눈 뜨였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원 문제를 어이 한 순간에 일자리 하나도 결정을 내릴려고 했던가.
월 30만원 편집일에 내 인생을 걸려고 했던 어리석음이 날 가슴치게 한다.
無心.
무심이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과의 단절을 말하는 것이라고
경봉스님은 말씀하신다.
난 그 의미를 모른다.
단지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의 욕심이란 것과
죽을 때까지 내어 볼 욕심이라는 것이 지금의 나의 생각이다.
無心은 완전한 有心이 아닌지...
나와의 완전한 단절은 곧 완전한 내 안의 내가 아니겠는가.
하늘을 본다.
푸르고 맑다.
눈물이 난다.
가슴에 매달린 그리움으로
차마 날려보내지 못하는
은빛 날개를 접으며
눈물이 난다.
"한 번 끊어지면 영원히 이을 수 없는 길이 또한 마음의 길이니"
경봉스님의 일언일언이 왜이리 가슴에 사무치는가
얻고자 함은 곧 잃는 것임을 알기에
보이는 것을 버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얻어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의 평온을 위해 머리를 덮어야 하는가
참 어리석은 생각이 온 마음을 검게 한다.
善이란 한 자에
가슴에 점이 꾹 찍힌다.
선한 마음
한 때 착하게 살고 싶다고--
그렇게 다짐을 하였건만.
섬기고 싶다.
허나 行보다 늘 言이 먼저 앞서는 것은
내가 아직 바로 서지 못함이라.
공경하며 살고프다.
겨울 시냇물처럼 차갑고 맑게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아래로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때가 되면 만날 사람 만날 것이고
때가 되면 잊혀질 일 잊혀지려니
미리 心 앞세워
오늘의 행동을 거르지 말자.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그리고 가을, 겨울이 이어지듯
내 삶에도 제철이 오길 바라며...
200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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