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산책을 다녀와서...(해동용궁사) 2
|
| |
|
|
| |
| |
| |
깨우치려 깨우치려해도
늘 어리석은 마음
출렁이는 물결위에 실어 보내니
하얀 물거품되어 저 바위에 부서지네
비우려 비우려해도
늘 어지러운 마음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 보내니
하늘 잇닿은 소나무 가지 위로 날리우네
다시 百八계단으로 접어들어 不二門인 반월교를 건넌다. 마치 바다를 걷는 듯하여 아래를 보니 파도가 발 아래에서 춤을 추듯 너울대고 있었다. 대웅전 정면 앞으로 四獅子 3층석탑 이 있는데 사리가 봉안되어 있어 사리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1층 기단에 네 마리의 사자가 탑을 받들고 있는데 그 의미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 뒤로 여의주 를 물고 금방 승천할 듯 꿈틀거리는 용상이 놓여있다. 그 용상 주위는 작은 동자승의 상들 이 많이 놓여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작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대웅전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들어가 보질 못했다. 생각보다 경내가 작은 듯했다. 사람들 이 벗어 놓은 신발을 보니 저 발길들에 함께 왔을 걱정들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대웅전 에서 좌측으로 범종루가 있는데 佛典四物 중 범종만 있었다. 뭔가 허전하기도 하고... 다시 돌아 대웅전 우측으로 오면 굴법당과 용궁단이 있다. 굴법당은 말 그대로 굴 안에 미륵좌상 을 모시고 있고 작은 동자상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용궁단은 山寺의 산신각에 대응되는 것 으로써 후원인들의 이름과 번호가 붙여진 작은 불상들이 있는 곳이었다.
용궁단 옆으로 계단이 올려져있다. 觀音大佛殿으로 가는 입구인 셈이다. 계단 입구 양쪽에 소나무가 서 있는데, 끈으로 두 소나무가 서로 묶이어 있었다. 아마도 계단 양쪽으로 곧게 대칭을 이루며 자라길 바래서 일 것이다. 이는 내 생각인데, 내 생각이 맞다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냥 두면 자기 뿌리 내린대로 자연스레 클 것인데 인간 눈에 예뻐 보이라고 두 몸 을 메여 놓았으니 실로 또 하나의 죄업이 아닌가 싶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해수관음대불 입상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다가 보다 넓게 시 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귓가에 파도소리와 스님의 염불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바람결에 전해왔다. 평온한 그 소리에 마음 추슬러 다시 용상 앞 종무소에 이르니 점심공양 중이라 친구와 나는 얼른 줄을 지어 식판을 받고는 식탁 위에 진노란 국화가 다기에 꽂혀 있는 동 다원 나무 식탁에 앉았다. 친구와 나는 꽃병보다 훨씬 예뻐보이는 다기를 만지작거리며 한 때 茶道 배우느라 한복 입고 찻물 끓이던 때를 얘기 나누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의 종류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거늘...
점심공양 후 아쉬운 발길을 뒤로하고 百八 계단을 다시 걸어 올라왔다. 올 때는 입구까지 택시로 왔으니 갈 때에는 진입로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주차장에서 진입로까지는 10여분 거 리였다. 은행나무가 참 예뻤다. 올해 유난히 내 눈엔 은행나무가 예뻐보인다.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조금 멀리서 보면 정말 아름다운 정경을 이룬다. 소월의 <산유화>에 나오는 '저만 치'의 거리가 바로 내가 말하는 거리이다.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손이 닿지는 않을 만큼의 거리... 저만치...
해동용궁사라는 안내판이 세워진 진입로까지 내려오니 친구가 어딜 갈 것이냐 묻는다. 송 정으로 바로 가자니 뭔가 허전하고 장안사를 가자니 거리가 멀고... 그리하여 지도상의 거리 가 적당한 곳을 찾으니 기장향교가 좋을 것 같아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우리는 181번을 타고 종점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헤매다 향교를 찾았다. 종점에 서 5분 정도의 거리건만 우리는 30여분을 거리에서 방황을 한 것이다. 우리가 좀 허무했던 것은 가까운 거리에 두고도 못 찾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버스 아저씨도, 지나가는 동네 학생도, 아주머니도 모두들 향교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모르고 계셨다는 것이다.
향교는 종점에서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있었다. 향교 앞에 다다르니 안내표지판이 있 었다. 기장향교는 조선 광해군 9년(1617년)에 기장현의 유림들이 건립한 건물로 지금의 중학 교에 해당되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外三門(세심문), 풍화루, 동재, 서재, 명륜당, 內三門 (신산문), 대성전으로 되어 있다.
풍화루는 2층 건물로 나무 계단으로 올라와 보니 마치 원두막인양 바람결에 한숨 자고 가 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뭇결은 마르고 색칠 해 놓은 것이 바래져 껍 질이 일어났다. 다행히 천장의 용무늬나 그림들의 색은 선명하였다. 풍화루 옆에는 머구밭이 자그마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명륜당으로 올라가니 동재와 서재가 문이 잠긴 채 묵묵히 있 었다. 명륜당에는 벽 안쪽에 칠판이 있는 걸로 봐서 후학들의 교육장으로 기능이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명륜당 앞에 노란국화와 하얀국화가 올망이 피어 있는데 그 향이 어찌나 짙은 지 손에 그 향이 배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손 끝에서 향이 미세하나마 전해졌다.
명륜당에서 위로 올라오면 내삼문인 신산문이 있다. 그리고 그 정면 위에 대성전이 있다. 친구와 난 호기심이 발로하여 굳게 닫혀진 문을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그랬더니 문이 삐직 하고 열려 살짝 들여다보니 어둠 속에 몇 개의 위패와 큰 탁자와 의자들이 먼지에 묻혀 놓 여 있었다. 뭐라 해야하나... 나두 사실 향교나 위인들의 생가를 잘 찾지 않는 터이라 내 자 신부터가 민망했고 관리하는 분들은 안 계신가 싶었다.
그래도 친구와 내 마음을 곱게 물들여 준 것이 있으니 대성전 앞에 두 그루의 단풍이다. 친구가 이렇게 잎이 작은 단풍은 오랜만에 본다며 좋아했다. 친구와 난 단풍잎 몇 개 가져 가자 하고는 둘 다 바닥을 보았으나 잎이 다 말라있었다. 결국 단풍잎을 따려 했지만 친구 와 나는 다시 땅바닥에 앉아 이리저리 생생하고 예쁜 잎들을 골랐다. 이유인 즉 첫째는 키 가 닿지 않았고, 둘째는 왠지 생으로 잎을 따기엔 마음이 모질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구도 그랬을까... 나뭇잎 따지 않은 그 마음이 고와 보였다는 것을... 친구와 주운 단풍잎을 다이 어리에 넣으며 지난번 건네 준 목서꽃 잘 있냐고... 가끔 보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끔 꺼내 보는데 책 속에 들어 있으니 좀 그렇다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중이란다. 내가 액자 에 넣어 두라고 했다. 말해 놓고 그런 생각이 든다. 꽃을 정말 사랑하는 것은 그 꽃을 내 손 바닥 위에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꽃 앞에 가서 서로 눈길 주며 바라보는 것이라고.
향교를 나와 다시 181번 타고 송정으로 왔다. 지난 6월에 대학원 MT로 왔다가 지금에야 다시 온 것이다. 작년만 해도 꽤나 자주 왔었는데... 다리 아프다는 친구를 데리고 송림공원 으로 올라갔다. 공원이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자연적이고 원시적이던 것이 점점 인공적이고 조형적으로 변하는 느낌. 공원 중앙에 전망대처럼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길도 뭔가 조금 변한 듯 하고 돌에도 여기저기 낙서가 되어 있고... 친구와 의자에 앉아 캔커피를 마시 며 앞에 덩그랗게 자리한 암석을 보았다. 친구가 마치 큰 돌에 엎드린 거북이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참말 그런 것 같았다. 역시...
송림공원을 내려와 친구와 해변으로 갔다. 그리고 휴대폰에 파도소릴 녹음했다. 그런데.. 어리석기도 하지... 자연의 소릴 가두려고 했으니 잘 될 턱이 없었다. 폰에 녹음 된 소린 물 이 까르륵대는 소리였다.
날이 어둑해져 여기저기 불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친구와 난 서면으로 갔다. 우리의 저 녁 메뉴는 김치초밥과 소주 한병 그리고 대구탕. 둘 다 피곤한지 우린 금새 나와 내일 출근 잘 해라는 말을 남기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이 따뜻했다. 허나 선뜻 그 속에 익숙해지질 않았다. 오늘 하루가 나의 일상에도 이렇게 선뜻 익숙해지지 않는 하루일 까... 무엇이 진실로 나의 일상이 되는 걸까...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