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산책을 다녀와서...(해동용궁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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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어지러운 날들이 연속이었다. 아마도 조울증이 경미하게나마 내게 왔다간 모양이다. 토요일 저녁 TV에서 한 정신과 의사가 나와 '조증의 기쁨은 우울증의 슬픔보다 더 슬프다' 라 하셨다. 이 말에 내 자신이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가라앉고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파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이내 가기로 마음먹고 친구에게 전화 걸어 약속을 정하였다. 용궁사. 내가 용궁사를 가려고 한 것은 일단 절엘 가고 싶었고, 바다도 너무 보고 싶어 일 순간 떠오른 곳이 용궁사였기 때문이다. 용궁사는 한국의 三代 觀音聖地(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해동용궁사)의 한 곳으로 고려 우왕(1376년)때 나옹화상이 창건한 절이라 한다.
일요일 아침. 교대 앞은 등산객들과 여행객들로 설레임이 가득했다. 사람들의 옷차림에... 사람들의 표정에... 사람들의 손길에... 그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에... 그 아름다운 마음이 묻히 어 전해졌다. 교대 앞은 여행사나 문화단체의 관광 집결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친구와 나 도 용궁사 순환버스가 올 시간에 맞춰 한양스포츠 앞에 있었다. 그러나 차가 오지 않아 동 래로 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송정에 도착, 다시 택시를 타고 용궁사 입구까지 들어갔다. 알고 보니 한양스포츠가 아니라 한양프라자 앞이었던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연이어 길가에 사철나무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고 금잔화가 길 귀퉁이에 오 목조목 주황빛을 머금고 있어 아담한 오솔길 느낌을 주었다. 주차장을 지나 왼쪽 편으로 국 립수산진흥원이 있었고, 좀 더 걸어가니 왼편에 용궁사를 창건했다는 나옹대사의 詩碑가 石 獸와 함께 보였다.
靑山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明月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욕심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바람같이 구름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특이한 것은 시비 앞으로 좌로는 교통안전기원탑이, 우로는 이바고터가 있어 교통가족들 의 무사기원을 비는 곳이 있었고, 등나무 아래 벤취에는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 되어 있었다.
친구와 함께 이바고터 앞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또 다른 詩碑 앞으로 갔다. 춘원 이광 수의 詩文이 蓮花紋위에 새겨져 있었다. 경아가 시를 읊더니 '맞다, 현주야...' 했다. 난 그렇 게 말하는 친구가 더 좋았다.
바다도 좋다하고 靑山도 좋다거늘
바다와 靑山이 한 곳에 뫼단말가
하물며 淸風明月이 있으니
여기곳 仙境인가 하노라
경아의 맑은 얼굴을 보며 계단입구쪽으로 걸어갔다. 百八계단이 시작되는 입구에 좌로는 거북모자상이 있고 우로는 달마상이 있었다. 재미난 것은 달마상의 코와 배를 만지면 득남 한다는 설이 있어서인지 달마상의 배와 코 부분만 맨질맨질하게 돌색이 변해 있었다. 百八 계단은 양쪽으로 계단 한칸한칸 석등이 있어 한 계단씩 내려갈때마다 마음에 등이 하나씩 켜지는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중간 즈음에 바다로 향하는 왼쪽 길에 작은 갈색 표지판이 나온다. - <방생하는 곳, 동암마을, 해변산책길>- 이라 적혀 있다. 길을 접어 바다로 난 길을 거닐 면 왼쪽으로는 藥師如來佛이 모셔져 있고, 아래로는 방생터인 祭龍壇과 해돋이 바위인 日出 岩이 있다. 약사여래전으로 올라가니 초가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작은 石幢을 만들어 그 안 에 여러개의 초를 밝히고 있었다. 약사여래불의 시선을 따라 萬頃蒼波로 고개를 돌리었다. 얼마나 푸르고 가슴 시원한지 그냥 그 자리에 앉아 몇날 몇일이고 바다만 바라보고 싶었다.
藥師如來殿에서 고개를 조금만 오른쪽으로 돌려 위쪽을 바라보면 해송들 사이로 海水觀音 大佛이 보인다. 그리고 기암절벽에 부딪히는 푸른 물결과 하얀 파도, 그 위로 자리한 용궁사 수상법당은 마치 그림을 보듯 아름다운 신비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또한 바다색과 하늘빛이 경당의 청록색과 어울려 사찰의 윤곽이 더욱 또렷했다.
아래로 내려와 해돋이 바위 옆에 친구와 나란히 앉았다. 둘 다 말없이 먼 곳을 바라보았 다. 무엇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 편안하다. 바다가.. 나무가.. 하늘이.. 꽃들이.. 그리고 아가들 이... 오늘은 흐린편이라 해낯을 보기 어려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가 뜨는 것 만큼이나 해가 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형기의 <落花>에서도 노래했듯이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고보니 정태춘의 <서해에서>가 듣고 싶다. 집에 가면 오랜만에 정태춘곡이나 들어야겠다 싶다. 한참을 바라보니 친구가 추운지 일어나자고 했다. 못내 그러자고 하면서 마음을 씻어내고 싶었다. 愚心, 亂心, 小心 偏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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