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호호 현주

호호 현주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 -- Henry D. Thoreau, 『소로우의 일기』, 도솔, 1996 내 삶에 있어 일기란 나의 자화상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소망의 상이었다. Thoreau. 그가 남긴 일기는 그의 生과도 같을 것이다. 오늘 그의 생의 한 부분을 들쳐본다. Thoreau. 그는 낙천주의자다. <한 방울의 진실이 우리 전 생애의 빛깔을 결정할 수 있다. 1837. 12. 31 >는 그의 말은 곧 '한 방울의 먹물이 온 시냇물을 더럽힐 수 있다'는 말로 대치 될 수도 있다. 허나 그는 전자의 진실에 자신의 生을 실었다. 나도 그러하고 프다. 내가 서 있는 바로 이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시야를 가지고 싶다. 내가 존재하는 이 시각에 진실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가슴을 가지고 싶다. 지금 여기에서--- 우연의 연속은 필연이라 했던가. 하루 하루의 우연속에서 전해지는 필연의 기운들... 참 무섭고 신비롭다. <자연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1839. 9.17 >. 자연과 같이 서두르지 않는 삶을 살고프다. 허나 난 언제까지 날 놓아두어야 할지... 얼만큼 배려둬야 할지... 모르겠다. 자연은 스스로 그렇게 된다는데 난 '의지'라는 것이 있어 내 인식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이 '의지'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진정으로 감사할 수 있음이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임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주는 것, 받는 것보다는 서로 나누는 것이기에 -- 내 머릿속에 든 지식이 지혜로의 전환을 가져왔으면 한다. 자연을 통하여 그러한 허물이 벗겨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기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心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 삶에 무엇이 궁핍되었기에 무엇을 채우려고 이러는가. 내 떠도는 영혼이 만나는 바람은 내 기억 이전에 무엇이었는가. <우리의 인생은 극히 사소한 일을 얼마나 잘했는가에 의해 평가받는다. 1841. 2.28 >. 일상에의 연속이 우리의 人生이다. 내가 일상에의 탈출을 꿈꾸는 것도 일상이거니와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다녀온다 한들 그것 또한 일상에의 연장일 뿐이다. 무엇을 꿈꾸는가. 지금이 나에게 주어진 최상의 상태인데... 불현듯 1842年이란 년도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때에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 소위 말하는 근대화의 씨앗이 움트는 시기일 것인데... 양반층이 점점 붕괴되면서 이른바 실학파의 흐름이 주도했을 이 시점에 우리 선인들은 어떠한 생각들을 하고 계셨을까? 지난해 복사해둔 동학 프린터물을 찾아본다. 최제우에서 시작된 한울 사상은 어떤 과정으로 김지하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왔는가. 자뭇 궁금하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한번 훑어봐야 겠다. 이 시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자연의 숨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우리 조상들은 알고 있었을까. 내 조상, 내 뿌리의 삶을 알고 싶다. '내가 나를 버림으로써 나를 찾을 수 있다'는 명제가 내 가슴에 박혀있다. 그 말이 옳다고 난 믿는다. 그러나 그 방법을 모르겠다. 내가 나를 잊을 수 있는 그 방법을.... Thoreau의 일기는 30代에 접어들면서 자연에 대한 구체적이고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또한 그의 긍정적인 사고관에서 비롯되는 따스한 눈길이 스며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 이상 무엇이 사실이란 말인가. 내가 살아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흔히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으로 사람의 구성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내 觀에 의하면 내 영혼은 내 육체적 죽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 육체또한 죽어 썪으면 다른 무엇에의 자양분이나 먹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식물이나 동물을 내 후손들이 먹고 성장한다면 난 과연 죽은 것인가. 또한 윤회설에 기인하면 내 혼은 융의 집단적 무의식처럼 내 후손들의 무의식에서 살아있을 것이다. 그럼 과연 생과 죽음이란 그 구분이 있을 수 잇는 것인가. 아직 내 사고로는 그 무엇하나 정의 내릴 수 없다. <내면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밖의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1850. 10.31>. 요즘 난 꽃을 보며 나무를 보며 아이가 된다. 그리고 아이가 되고프다. 가끔은 숲길을 거닐며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늘 자연은 저렇게 한결같이 있었건만 이제야 그들을 보게 된 내가.... 그래도 지금이게에 감사하며 살고프다. 과거를 기억하며 산다는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 하더라도 같이 있었던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기억하고픈 추억으로 포장하여 기억하리라 나는 생각한다. 그것을 객관적 진실이라 믿으며 떠올리고 또 떠올려 그것을 사실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지나간 과거의 추억이란 내 삶의 자기위로이다. 과거를 현재로 끌어내어 행복해 화는 사람, 또는 일말의 기대로 미래를 꿈꾸는 사람, 또는 오히려 더 불행해 하는 사람들... 허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나에게만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허상이 인간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거다. 진리란 결국 내 경험에 의한 감각화의 재인식이다. <진리의 지각이란 결국 유사점의 발견이다. 우리의 추론은 손으로부터 시작하여 머리에 도달한다. 1851. 9. 5>라는 Thoreau의 말에 동감이다. Thoreau의 1852年은 그의 인생의 전성기라 한다. 일기를 보아도 하루하루의 생각이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고의 깊이나 넓이도 확대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나이 35세엔 난 어떤 일기를 쓰고 있을까... 그는 이 시기에 자주 빗속을 걷고 월든 호숫가에 가서 글을 썼다. 나는 이때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Thoreau는 윗사람들로부터 가치있는 충고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적어도 35세까지의 일기를 보면 그러하다. 그건 Thoreau 자신이 만든 불행이다. 내가 Thoreau의 일기를 통해 느끼는 그의 30代는 '불안'이다. 무엇인가 금을 그어 구분하려고 하는, 또는 의미의 영역을 표시하려고 하는(정의내리려 하는) 의지가 보인다. 예를 들면 그는 과학과 시를 철저히 구분하고 과학자보다 시인을 항상 우위에 둔다. 시에서도 그는 낭만주의에 反하여 사실주의를 표방한다. 또한 사람들에 대한 비관적 인식은 20代초·중반에 지니는 낙관론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는 자연과 인간을 이분법적 사고로 대한다. 때문에 <내가 사람과 멀어진 이유는 자연과 친밀해졌기 때문이다. 1852. 7. 26>고 말한다. 그도 미국의 실증주의나 실용주의적 의식이 팽패한 사람이라 여겨진다. 후세인들이 그의 전성기라 일컫는 그의 35세의 일기를 통해 난 그의 '불안'을 느낀다. Thoreau가 19C 중반 실증주의가 만연된 미국사회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Rousseau의 말을 온 몸으로 보여주듯이 그렇게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Thoreau가 금세기에 존경받을 이유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겠는가. 그러나 독자로서 그리고 그의 삶을 따르고자 하는 뒷세대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그도 인간 위주의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으론 자연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존재한다고 여긴다. Rousseau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선하다', '인간을 나쁘게 만드는 것은 사회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원초적인 선을 발견하기 위해 정치적이고 교육적인 체계를 제시한다. 『사회계약론』과 『에밀』등이 그것이다. 그가 말한 '원초적인 선'이란 과연 무엇인가. Rousseau가 말한 자연과 Thoreau가 말하는 자연의 의미는 어떠한 관계일까? 궁금하다. 아니 이 두 사람을 묶어 비교가 되는 걸까? 겨울, 이 계절이 나에게 주는 영감은 차가움과 깨끗함이다. 변함이 없다. 이 겨울의 이미지는. 칼에 베일 듯한 날카로움, 깨질듯한 얼음 수정, 얼음에 반사되는 햇빛의 이미지... 그리고 이 겨울의 달빛은 내 가슴을 신선하게 얼린다. 이 언 가슴을 저 달 아래 바위 위에 놓아두고 싶다. Thoreau, 그는 <완전한 하늘과 완전한 땅을 알고 싶다. 1856. 3. 23> 고 말한다. 난 그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완전하신가요?" Thoreau가 Whitman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서른 살이 되서야 시를 쓰기 시작한 휘트먼, 그는 무엇보다도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시를 썼다. 그의 시 「평범한 것」처럼 그는 평범한 것들을 노래한다. 그의 평범에 대한 의식이 바로 그가 믿는 민주주의였다. Thoreau는 그의 그런 평범성을 좋아한 것일까. 다른 한편으론 Whitman은 동성애적인 사람이었다. 내 짧은 생각으론 Thoreau는 그런 상황 자제를 거부할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런 그가 Whitman의『풀잎』에 드러난 관능성에 대하여 <그 시집을 나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그 시집을 읽고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을 전도로 순수하기를 바란다. 1856. 12.2>는 말을 했다는 것은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또 하나, Whitman은 미국인에 대한 우월의식이 진했다. "미국인들은 지구상의 어떤 민족들보다도 풍부한 시적 품성을 지니고 있다. 미 연방 합중국 자체가 기본적으로 가장 훌릉한 시이다"라는 말을 남긴걸 보면. 그에 반해 Thoreau는 미국에 대한 반감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나의 짧은 지식에 의한 추론일 뿐이다. 아무튼 나로서는 Thoreau를 이해하는데 아이러니를 느끼며 좀 더 이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계절마다 그 계절이 지니는 특징이다.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전혀 이점이 없음을 즐김이 어떤 이점보다 더 큰 이점이다. 1856. 12 .5> 이 구절이 내가 소로우의 일기에서 내 생각과 가장 일치를 이룬 부분이다. 봄은 봄답게, 여름은 여름답게, 가을은 가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그리고 나는 나의 본성답게. <대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여러 차례 완전히 낯선 것으로 접해야 한다. 1859. 10.4 >. 지난 1月, 통도사를 다녀올 즈음 내 생각이 바로 이러했다.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새로움. 난 지금 얼마나 익숙한 것들 속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는가.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바로 지금. Thoreau. 그는 그의 삶을 살았다. 내가 그의 삶에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아직은 자연을, 사람을, 나를 모르기에-- 어쩌면 끝내 평가의 시간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월든』을 통해 Thoreau, 그를 다시 만나러 간다. 2001. 땅움틈달에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