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14) - 응진전과 구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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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돌려 응진전으로 갔다. 대웅전 뒤(西南向)에 있는 응진전은 내가 통도사에서 가장 마음 편했던 곳이다. 應眞殿은 불전으로 1677년 (숙종3)에 지섬대사(智暹大師)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현존의 건물은 원래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조선 중기 이후 여러차례 중수된 것으로 생각된다. 건물의 형식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으로 비교적 간결하지만 측면에는 처마 아래가 보이질 않을 만큼 나무판이 길게 내려와 있었다. 의도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는데 알 수 없었다.
불당 내부에는 중앙에 석가여래(現在佛)와 좌우에 미륵보살(未來佛)과 제화가라보살(過去佛)이 봉안되었고 그 주위 기단에 십육나한상과 범천 및 제석천왕상이 빙둘러져 모셔져 있다. 응진전은 나한전(羅漢殿)이라고도 하는데 범어(梵語)의 아라하트(arahat)를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진리에 응하여 남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언젠가 이 법당에 들어와 정말 가까이서 불상 하나하나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때도 혼자 법당에 들어와 있었다. 얼마나 마음 편안한 한 때였던가... 그러다 작년 봄에 왔을 때엔 마음이 그리 편칠 않았던 기억이 있다. 굳이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아마도 내가 마음의 禮를 가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응진전에도 청소가 시작되어 있었다. 돌아가는 청소기의 소리가 귀에서 튕겨지지만 절이라하여 보수적인 태도로 예것만은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었다. 溫故而知新이라 하지 않았던가... 옛것은 옛것대로 지켜나가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구룡지로 갔다.
九龍池는 응진전 북쪽에 있으며, 못의 크기는 약 4-5평의 타원형으로 못 중앙으로 降龍橋이라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물고기가 있긴 했는데 물이 맑지 못해 그 움직임이 선명히 보이진 않았다. 이 못에 얽힌 이야기가 있어 덧붙인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들어가 문수보살상 앞에서 부지런히 참회 정진했더니 문수보살이 범승 (梵僧 - 인도의 승려)으로 화하여 나타나 부처님이 친히 입으셨던 가사와 진신사리 등의 유물을 주면서 "신라의 남쪽 축서산 아래에 독룡(毒龍)이 거처하는 신지(神池)가 있는데 용이 독을 품어 사람을 괴롭히니 그대가 그곳에 금강계단을 쌓고 이것을 봉안하면 삼재(三災), 즉 물, 바람, 불의 재앙이 들지 않는다" 고 일러 주었다.
그 후 귀국한 자장율사는 이곳 축서산 아래 구룡 신지에 이르러 구룡의 항복을 받아 물리치고 못을 메워 대가람을 건설하였다. 구룡 가운데 다섯 용은 오룡동(五龍洞)으로, 세 마리의 용은 삼동곡(三洞谷)으로 갔다. 오직 한 마리 용이 가람을 수호할 서원을 세우고 남아 있기를 원하므로 조그만 못을 파고 머무르게 했다고 한다. 바로 이 못이 지금의 구룡지이다. 수심은 비록 한길도 되지 못하지만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물이 줄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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