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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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지난 5월에 존경했던 선생님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선생님께선 흔히 양분되는 고급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외경심과
대중문화에 대한 이유없는 멸시에 대해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렇다.
문화라는 것은 어느 몇 인텔리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문화란 인간 한사람한사람이 만들어내는 생활의 표현인 것이다.
그 표현된 것들 중 비슷한 무늬를 지닌 것들이 묶여 문화의 한 유형을 이룬다고 하겠다.
음악이든 음식이든 시든 소설이든...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최고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지는 취향이나 습성 중에 무엇이 최고이며 무엇이 하위이겠는가.
모두가 소중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 흔한 사랑이란 단어가
가곡이나 기성시인의 작품에 들어가 있으면 우아한 관념의 상징이 되고,
트롯가요나 연애소설에 덧붙여지면 저속한 상투적인 표현이 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음식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서도 문화적 격차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레스토랑으로 대변되는 양식을 먹는 경우
우리는 옷차림이나 상대방에 대한 예의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러나 허물없는 친한 친구들을 만날 경우 우리는 큰 상에 빙 둘러앉아
웃옷도 벗고 소매도 걷어가면서 쌈에 고기싸서 큰 입을 벌려가며 먹는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음식을 먹는 태도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바로 그 태도에 따른 우리들의 인식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흔히 넥타이를 한 웨이터가 시중을 들어주고 클래식 음악이 장중하게 나오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부나 명예가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시끌벅쩍한 곳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곁들이는 사람들은 소박하다는 한마디로
소시민의 대열에 몰아넣는 것이 보편화된 인식의 태도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맞는 문화를 즐기며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태도라 생각한다.
어떤 이에게는 클래식이 소화를 북돋우워 주는가하면,
또한 어떤 이에게는 뽕짝이 흥을 붇돋우어 주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양주든 소주든 우리에겐 똑같이 소중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 음식에 돈이라는 숫자의 단위를 붙여
그 음식을 대하는 사람마저도 그 숫자로 등급을 매겨서는 안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즐기는 것에 대한 자기존중감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나에게 <닥터지바고>라는 사상 최대의 연애소설을 소개해 주신
고 김창식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오늘의 생각을 접는다. (200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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