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바람의 넋>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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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소설을 흔히들 여성적 글쓰기의 소설이라 합니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집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글은 제가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느낀 저의 단상들입니다. 이 가을날에 한번 쯤 들어보고 싶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닐까하여 추전해 봅니다.
* * *
오정희의『바람의 넋』을 읽고
김현주
I go to prove my soul.
나는 내 영혼을 증명하기 위해 떠난다.
일상성 속에서 삶의 매순간을 생성과 파멸의 엄격한 분위기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끈질긴 집념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긴장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자를 관찰하면 주제는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삶의 양면성이다.
-- 한국 현대 작가 연구, 문학사상사, 1991,
<김치수, 오정희론- 삶의 양면성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中 --
<夜會>
자신의 감정이 시간이 흘러 기호화되어져 갈 때
우린 얼른 울어야 한다.
기억해 내어야한다.
아니,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다시 써야한다.
자신을 잃어가는 바보는 되지 말자.
때로는 자신만을 위한 일상에의 탈출도 해 볼 필요가 있다.
또는 일상 속의 100% 일상을 즐기는 것도.......
결국,
결국은 나를 벗어날 수 없다.
<人魚>
세상을, 인생을 본다는 것이 아픔은 아닐거라고,
그것만이 다는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맨 발로 바다를 첨벙이고 싶다.
바다에 가서 이건 풍경이 아니라고, 내 몸의 일부라고 외치고 싶다.
내가 위한다는,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날 위해서임을......
<夏至>
어느날 문득 낯설어지는 일상들.
그 속에서의 자각.
파도는 출렁이기 시작한다.
생의 곡선을 조금은 경사지게 만들어야 함을.....
하지.
내 머리위로 햇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날,
내 그림자의 길이가 가장 긴 날.
<전갈>
소설을 쓰는 것이 다만 생각이나 관념, 상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끊임없는 관찰과 지적 호기심,
그리고 인내를 통한 성찰이 요구되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긴장감.
나를 붙잡아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순례자의 노래>
상실감.
주위로부터 허기가 질 때
우리는 거식증에 걸리거나 비만이 된다.
지금 내게 상실은 무엇인가?
상실.
나에겐 그 깊이 만큼의 무엇이 없다.
다만 나에게 상처가 주어진다면
그것을 인정하며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나를 달랠 뿐이다.
<지금은 고요할 때>
정상을 벗어난 글쓰기.
무엇을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가.
<바람의 넋>
아무것도 내 것이 없는 허탈감.
선 위에서의 절단감.
내가 누구인가.
바람의 정체성은
근본이 없는 불안,
태초의 것,
원초적인, 원시적인,,,,,,,
199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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