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그러나 아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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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그러나 아련한...
나에겐 오래된 휴대폰이 있다. 구입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어딜가나 '냉장고'니 '무기'니 '무선전화기'니 하는 푸대접용 멘트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사실 보상판매다 해서 몇 번 바꿔볼까 생각을 아니한 것도 아니지만, 그때마다 우직하니 멋없이 덤덤한 전화기가 참 좋았다.
근데 한달 전 쯤, 내 전화기에 주인없는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벨이 두어번 울린다 싶으면 끊어지고 하더니, 그 후 진동으로 해 놓고 잘 받지 않자 '부재중 전화'의 수가 늘어갔다. 처음에는 잘못된 수신이거니 했다. 그러다 차츰 주인없는 벨이 기다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지난 얼마되지 않는 과거를 헤매이게 되었다
4년 전, 난 야학에서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끼여 너무나 즐겁게 진지한 것들과 어울렸었다. 아마도 내 삶이 그렇게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았기 때문인지 난 그저 즐거울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그렇게 보낸 시절이었다. 그 때 나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났다. 그는 나에게 "우린 참 많이 닮았어요."라고 했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우린 너무 달랐다. 한 동안 야학생활을 그만두고 그와 연락을 하며 지냈지만 점점 나는 나의 길 위에서 그를 접어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형식적인 얘기가 오가는 중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가끔 전화해서 음악들곤 해요..." 내 삐삐에 입력된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쇼팽의 녹턴인데 난 요즘 내 폰에도 이 음악을 입력해 놓았다.
시월들어 주인없는 벨이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가끔은 기다림으로 가끔은 짜증스러움으로 그리고 가끔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들리던 그 벨소리... 그런데 오늘 오전에 벨이 한번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끊어져 버렸다. 갑자기 긴장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득 낯선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우습다.
그 벨이 누구의 벨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벨을 들으며 느낀 아련함이 오늘따라 가슴 깊이 전해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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