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닮은 음악을 들으며...
|
| |
|
|
| |
| |
| |
일요일 저녁, 저녁이라고 하기엔 좀 늦은 11시쯤이었다. TV에서 죠지윈스턴 실황 연주를 방송해 주었다. 오전에 경주엘 다녀와서 피곤한 마음에 일찍 잠자리에 들려하다 TV 볼륨을 좀더 높혔다.
색바랜 청바지, 하늘색 셔츠 그리고 따스한 눈빛이 새어나오는 코에 걸린 안경.... 큰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 그의 곧은 자세에서 음악가로서의 진솔성이 느껴졌다. 굳이 정장이 아니더라도 곁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그의 손가락 끝에서 튕겨져 나오는 음들은 하늘을 날아 나에게 투명한 물방울의 맑음을 전해주었다.
누구에게나 고향이란 마음의 평온을 안겨주는 나무의 그늘과 같은 쉼터인가보다. 그는 1949년 미국 몬타나 출생인데, 그의 대표곡인 'Thanksgiving'과 'Woods' 는 그가 자라온 고향의 가을과 겨울 풍경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라 한다.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에 그의 음악을 감상하는 우리도 따스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의 새 앨범 에는 우리나라의 '아리랑'이 새롭게 연주되어 있다. 그가 이 곡을 연주하게 된 계기는 아리랑의 의미와 역사가 마음에 와 닿았고 미국 남부 블루스와 비슷한 정서가 느껴졌기 때문이라 한다. 나는 일단 죠지윈스턴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리랑'을 피아노로 연주해 주었다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곡을 들을수록 느껴졌다. 바로 단조로움의 소박한 미였다. 소견으로나마 내가 느끼고 있는 아리랑은 한의 승화와 승화된 자리의 여백의 미가 아닐까 한다. 비유를 하자면 수묵담채화라 할까... 그런데 그의 피아노곡은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채색되어 서정성이 녹은 수채화의 느낌을 주었다. 이것이 민족적 정서의 차이라 생각되었다.
죠지윈스턴의 음악을 들으며 경주 보문단지 산책길에서 주워온 낙엽을 본다. 진하게 물든 가을빛에 흙냄새가 베여있다. 그리고 나의 가을 한 자락씩을 책갈피에 끼워 넣으며 10월을 맞이한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