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현주
가을날의 동화
-- 허비된 시간속에서 되어진 것들을 축복하며
원시의 숲을 걷는다.
김현주
물결이 일지 않는 호수 속에
차갑게 얼어붙은
깨어진 모래성의 알갱이들
그 투명한 비밀이 녹기 시작한다.
침해당한 꿈은
추에 매달려 깊은 어둠을 헤매고
버림받은 내 생의 한 점은
푸르게 멍이 든다.
그래도
지독한 희망때문에
쓸쓸히 저물어가는 하루는
찻잔 속에서 침잠한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일렁이는 물결위로
마음보다 눈이 먼저 슬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