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 |
|
|
| |
| |
| |
말을 조금 하고 글을 조금 쓴다는 것이 ‘재주’중 하나가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여하튼 그런 재주가 있는 사람이 인터뷰이로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터뷰는 재미있다. 그러나 경험 없이 입술만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는 잔인하다. 타인의 삶을 함부로 두드리는 행위다. 손탁(Susan Sontag)이 말했던 대로, 마치 사진과도 같이, 타인의 삶에 잠깐 ‘방문’하는 ‘부드러운 약탈’행위일지 모른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가 불안정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수줍어하는 인터뷰이를 두고 인터뷰어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처를 내고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몰두한다. 이런 행동들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보다 상위에 위치하고 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거세진다.
말하는 인터뷰어보다는 경험하는 인터뷰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격적 인터뷰가 아닌 척 하며, 몇몇 그럴싸한 질문으로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타인이 나를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터뷰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연,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 경험하는 인터뷰를 쓰다보면 어쩌면 나는, 그들에게 동조하는 인터뷰만을 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꼭 편향적이고 주관적인가는 생각해볼 문제겠다. 치열하고 뼈저린 경험, ‘헝그리 정신’ 없이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신념이나 철학을 세울 수 없는 일이다. 경험을 해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우리 사는 세상 곳곳의 모습들. 대부분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된다. 그러한 홍수는 우리가 직접 무엇인가를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험한 것과 같은 ‘착각에의 익숙함’을 불러일으킨다.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인터뷰는 여기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진정성 없는 인터뷰는 인터뷰이에 대한 값싼 호기심과 선입견이 전제된 실험이 된다.
진정성을 찾기 힘든 시대인가보다. 그러나 찾았으면 좋겠다. 사랑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믿고 싶지 않는 사실이다. 절박하게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곧잘 현실을 핑계거리로 내세우곤 한다.
몇 명을 인터뷰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인터뷰했느냐로 평가 받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반문해봐야 하겠다. 시간이 없다는 ‘현실적 핑계’를 내세우지 않고, 그 사람의 삶에 풍덩 빠져버리는 ‘진정한 사랑’을 나는 발휘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하겠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