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연민을 떨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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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초 오상순 선생이 그렇게 말했다지요. 사람이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이 미련이라고 말입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영영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미련이라기보다는 맞습니다, 집착하게 되지요. 너와 내가 헤어진다면 편도선이 찢겨나가는 것 같은 그런 아픔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너와는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누구의 인생 할 것 없이, 모두의 인생은 상처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의 상처입니다. 그 누군들 상처가 없겠습니까. 사랑으로 인한 상처, 갖고 있지 않은 이 누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네가 나를 떠나서가 아니라, 내가 상처 받았다는 자기 연민에 괴로워하곤 합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것을 인력으로는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고, 그 상처로 조금씩 자라납니다. 혹자는 그것 때문에 자란 만큼, 순수와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현실 속에서 많은 것을 단념하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우리 이제는 그러지 말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인생이란 것은 상처 없이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속박하려 들지 말고, 언제나 그가 떠나고 싶은 때에 보내주는 것, 집착도 미련도 떨쳐버리고 훨훨 보내주는 것, 분명 아름다운 일입니다. 상처 받았다 생각지 말고, 미워하고 증오하지 말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내 몸이 부서지도록 사랑하고 말입니다. 순수와 거리가 멀어졌다고 아쉬워도 말고, 내 모습이 변했다고 자괴감에 빠지지도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모두다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사랑을 낳아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머리로 계산하려고 해도,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사랑입니다. 우리는 이제 모두 자기 연민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정말로 너를 위해 내 몸을 태울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짐하면서도 상대방을 보는 순간이면 제발 내게 이별을 고하지 말아달라고 나는 가슴이 찢기듯 아프다고 애원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누구에게 애원하는 것일까요? 상대방에게 내가 너에게 미련을 갖지 않고 너를 보내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바람에 날아가듯이 우리 자유롭게 사랑하자고, 사랑의 방해물은 그 무엇도 아닌 나의 미련이었다고 자신 있게 고백할 날이 정말 올까요? 언제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고민으로 끝이 납니다.
집착을 낳는 것도, 미련을 낳는 것도, 그리고 그 미련을 떨치게 하는 것도 결국엔 모두 사랑입니다. 사랑을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은 꼭 새로운 사랑을 만나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연민을 떨치고 떠나간 이를 더 사랑하라는, 떠나갔어도 사랑하라는 그런 말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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