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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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서울 페스티벌 전야제에 다녀왔다.
취재하다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알게 된 분이 좋은 자리를 맡아 두었다며 불러 주셔서 덕분에
제대로 감상을 하고 왔다.
미국에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라 제시카 파커 주연의 '섹스 앤 더 시티'는
한국 여성들의 트렌드를 '뉴욕'식으로 바꿔놓을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주인공 캐리는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미국인이세요?"라는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아뇨, 뉴요커에요!"
정말 로맨틱한 말이다.
파리에 사는 사람을 '파리지엥', 뉴욕에 사는 사람을 '뉴요커',
그리고 서울에 사는 사람을 '서울라이트'라고 한단다.
낭만을 찾으려면 적어도 파리나 뉴욕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서울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사는 서울이 충분히 낭만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본래 서울 출신이 아니다.
서울에서 산 지는 횟수로 6년이 되어간다.
6년동안 나름대로 구석구석 찾아다닌 서울의 이모저모는 충분이 낭만적이었다.
게다가 서울 어디쯤에는 보통사람들의 땀 내음이 묻어나거나,
잊어버린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도 있으니 낭만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4년전부터 시작된 축제 중의 축제, 하이 서울 페스티벌.
깨끗하게 정리된 청계천과 시청 앞 광장. 그리고 축제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시청건물과, 맞은편의 화려한 플라자 호텔, 빽빽이 들어선 빌딩들이 전야제때 나름대로 괜찮은
궁합을 보여줬다.
사실, 시청 앞 광장이 생기기 전까지,
청계천이 복원되기 전까지 광화문 한복판에서 축제를 벌인다는 것은 상상못할 일이었다.
작년 겨울에는 광화문 전체를 통틀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루미나리에와 트리들이 가득해서,
보고만 있어도 황홀했다.
사람들은 미술관을 찾기 시작했고, 작품은 더욱 풍성해졌다.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울려퍼지기도 했고,
한 때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기도 했다.
커다란 카페에는 '서고'가 배치되었고,
사람들은 파란눈 또는 거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이들과도, 즉, 모든 이들과 즐겁게 대화를 한다.
빡빡한 일상을 영위하는 회사원들도 가끔은 창문을 열고 광장을 중심으로 한 광화문 사거리를 구경한다.
서울은 '로맨틱하게 진보'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말한다.
꽉 막힌 도시는 속성상 아무리 오래 살아도 편치 않다고.
도시사람이지만 사실은 도시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도시를 가슴 깊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직 혈기왕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의 낭만을 영위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이다.
나는 오늘도 낭만을 찾아 나서는 진짜배기 '서울라이트'를 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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