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 봄,그리고 나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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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캠퍼스에 아름다운 봄이 찾아왔다.
목련, 진달래, 개나리가 어우러져 카메라로 찍는 것도 아까울만큼 예쁘다.
캠퍼스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1학기 중간고사, 그리고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를 때다.
꽃만큼이나 화사한 여대생들의 마음은 한없이 싱숭생숭 해져만 가는데 중간고사라니,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종종 과감하게 '꽃이 불렀다'면서 결석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대학에 와서 맞는 첫 봄이다.
대학 캠퍼스의 봄 풍경은 더할나위 없이 황홀하다.
과연, 2006년 나의 봄은 어떠할까.
사실, 나는
봄이 오면 기분이 기쁘고 명랑해지고 밝아진다기보다는
약간은 우울하게 센치해진다고 해야 하나?
내가 혼자서 괜히 너무 분위기를 잡는 것 같지만,
여튼 내게 봄은 오히려 가을보다 더하다.
내가 파악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상하게도, 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내가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봄의 힘은 강력하다.
잠시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게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와' 하고 잠시 걷다가 멈춰서 캠퍼스에 만발한 꽃을 바라본다.
멈춰 있다 보면 그런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수시에 합격하고 남은 6개월을 남보다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입학하고 나서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랴,
친구들, 선배들, 교수님 만나랴,
공부하고 중간고사 치르랴,
취재하고 동아리 활동 하랴
지난 3,4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모르겠는 것은 사실이다.
저절로 틈만나면 메모하는 습관이 굳어졌고,
친구만나 수다떠는 것도 시간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기도 한 것이다.
별 것도 없이 괜시리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사이에,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과거 속으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와서 찾기에는 너무 늦었고,
잠시 후회를 할 뿐
앞으로는 주변을 돌아보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름답다고 하는 봄바람도 을씨년스럽다.
봄은 왔다 가고 또 다시 왔다 가고,
그렇게 왕래를 수천번, 수만번 반복한다.
나는 봄에 살고 있는데
봄에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또 잊었다.
지난 봄에는 내 욕심을 그리워했지만
이듬해 봄이 왔을 때는 깨끗한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그리워해야지.
하지만 또 다시 나는 왔다 가는 봄을 감상하다가
그리워해야 할 사람들을 그리워하지 못했다.
누군가 떠나야만 그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도
제대로 그리워하지 못하는 잘못을 반복한다.
참된 그리움을 외면한 잘못은,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도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인간이 시간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왔다 가는 봄이 너무나 무심하다고
괜한 탓을 해본다.
물론 나는 바쁘게 보낸 하루하루가 진심으로 소중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될 수 있음에 경탄했다.
하지만 정작 정말 가까웠던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안부인사를 전하지 못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듯 하다.
둘째, 매우 스무살다운 이유라고 생각한다.
봄을 함께 만끽할 남자친구가 없어서 ?!
선배들은 충고한다.
"일학년 때 잘해라." 의미심장한 말이다.
여하튼, 학교에 가득한 봄 내음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내가 조금 우울해지는 기분이 든다 하더라도,
그래도, 내가 또 한번의 봄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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