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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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읽고 나서 -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맑다. 나는 신으로부터 새로운 한 해를 선물받았다. 영광스럽고 행복하기가 그지없다. 나의 과제는 나를 찾는 것이리라.
나는 종교에 관한 한 매우 자주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종교를 갖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종교로 인해서 나의 생각 즉,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하는 나의 생각에 선입견과 편파적인 시각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종교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역사를 제외하고는 그리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던 듯 하다.
나의 생각이 조금은 빗나간 점도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아야 했다. 언제나 그랬듯 한정된 지식을 가지고 내 안에서 생각하는 나에게는 더 많은 생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수도원은 나라는 하나의 인격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수도원의 의미를 깨닫고 나서는 말이다. 수도원, 신을 믿는 이들이 머무르며 좀 더 깊이 있게 그것에 대해 알기 위해 수행하는 곳이 아닌가. 하지만, 그곳은 단순히 종교나 신앙, 믿음만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수도원 , 그곳은 나를 알아가고 나를 찾는 곳이며 나를 반성하는 곳이다. 나에게 수도원이라는 의미가 그렇다.
수도원은 대부분 바깥세계와는 차단되어 있으며, 특히 유럽에 많은 봉쇄수도원에는 철창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또한 수도원 안에서 생활하는 수녀님들이나 수사님들은 속세와는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생활하고, 속세의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찾아야 한다.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그렇게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서 무엇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얻고 삶의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도원에 들어가 외부와는 차단된 채 열심히 기도를 한다. 단순히 기도를 한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수도원을 원하는 이가 아닐 것이다. 기도를 하며 나의 내면의 세계를 바라본다. 자비로우신 신께 내면의 고백을 한다. 고해성사를 한다. 그리고는 조금이나마 죄를 벗는다. 그리고 나를 찾는다. 세상속에서 힘겹게 또는 쉴새없이 살아오던 나에게, 그런 삶에 지쳐서 때로는 가면을 쓴 위선적인 나를 버리고는 이제 진짜 나를 찾는 것이다. 가면을 벗은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 조금은 나를 찾았다는 생각에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굴러내리고, 미소 하나가 생겨날 것이다.
이렇듯 조용히 넘쳐나는 고요함 속에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수녀님들의 그레고리안 성가소리 안에서 천천히 나를 찾고, 깨닫는다. 인간이 인간의 잘못을 알고 반성하고, 인간의 참모습을 찾는 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일을 도와주는 곳이 수도원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는 수도원에 평생을 맡기는 선택은 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나는 아직 모자란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선택은 책임이 따르는 자유가 아닌가. 나는 자유롭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생각하고 선택할 뿐이고, 그 선택속에 수도원이라는 아름다운 곳을 알았고, 언젠가는 그곳에 갈 것이며 그리고 언젠가는 진정한 고해성사를 하고 나의 가면을 훌훌 털어버리는 날이오리라 믿는다.
새롭게 시작되는 2002년 한해, 나는 한권의 책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수도원에 대한 생각을 통해서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나만의 아주 작은 고해성사도 실행에 옮겼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는 이 한해 ,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내면의 나를 찾을 수 있는 수도원을 생각하며, 가면을 쓰지 않고 스스로 헤쳐나갈 것이다. 그리고 신께서 분명 나를 위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내주신 것이라 믿는다. 또한 상상에 잠긴다. 내가 사는 이 사회가 가끔은 커다란 수도원이라는 곳으로 변해, 사람들 저마다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말이다.
- 수도원이라는 지상의 아름다운 곳을 발견한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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