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itude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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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itude에 얽힌 사연
신문을 보던 엄마가 나에게 와서 영한사전을 찾았다. 무얼 찾느냐고 묻자 attitude란 단어의 뜻이 궁금하다고 했다.
attitude, ‘마음가짐’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수능 시험을 앞둔 나에게는, 토플을 공부하는 내 동생에게는 너무도 익숙하고 쉬운 단어 중의 하나다.
더 이상 엄마는 우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다.
연장자로서 삶의 경험과 교훈을 전해줄 수는 있다 하더라도.
철없이 그런 엄마를 원망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엄마가 내 나이였을 때 보지 못한, 듣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보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더욱 엄마를 원망했다.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 아이큐가 급속하게 저하된단다. 나는 임신과 출산, 육아, 가사라는 것을 씁쓸하게 여기곤 했다. 그 중의 한 명이 나의 엄마라는 사실에 한쪽이 켕기면서도 말이다.
우리가 영자 신문을 줄줄 소리 내어 읽고 뜻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된 사이, 엄마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또는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엄마가 내 나이였을 적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내가 소유해가는 동안에 엄마는 엄마가 품었던 자신의 청사진과 알파벳을 잊어가고 있었다.
나와 내 동생은 한창 자라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많은 걸 알아가고 있다는 기쁨에 젖어 엄마는 엄마가 잊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다 자라고 나서 더 이상 엄마의 손이 필요 없을 때 서른 살 이전부터 주부로만 살아 온 엄마가 커다란 공허함을 느낄까 걱정이 된다. 내 몸에 엄마의 피보다는 아빠의 피가 더 진하게 섞였다고 생각해 온 것이 미안하고, 내가 엄마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지 못할 만큼 무심했던 것이 미안하다.
엄마가 이제 기대하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훌륭하게 완성해 나가는 것이겠지만, 아침마다 나를 깨워 밥을 먹이고 저녁마다 내 하루의 피곤함을 달래주는 엄마를 제쳐두고 내가 훗날 화려하게 성공하게 된다면, 내 스스로의 능력을 과시해야지 꿈꾸었던 것이 미안하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하는 희생에 대해 여성에게 씌워진 굴레니 어쩌니, 시니컬했던 내가 정착 그 희생으로 자라온 사람임을 몰랐다. 엄마는 많은 것을 포기했다. attitude가 무엇이냐는 엄마의 한마디가 나는 서글프고 미안하다. 엄마는 그간 나를 돌보며 행복했었다고 말할 것이지만, 엄마가 잃었던 것을 찾아주기 위해 나도 하나쯤은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고 정성을 쏟으면서도 그 무엇도 내게 기대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는 엄마가 더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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