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구수경

구수경

서울에서 대학 재학중인 아가씨, 성숙한 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테스 - 순결과 도덕을 향해



	순결이란 과연 무엇인가? 순결이라는 한낱 실오라기 때문에 여성의 과거는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인가? 윤리와 도덕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테스는 순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회가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한 개인을 파멸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 바보같은 처녀 , 테스 . " 　 테스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알렉이라는 탐욕스러운 한 청년은 테스의 육체적 순결을 빼앗아 가 버렸다. 테스는 힘 없고 여린 아가씨에 불과했다. 알렉에게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그녀가 결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탐스러 운 육체와 얼굴 생김새는 그녀를 위험으로 몰아넣었다. 신사임을 자처하는 위선적인 남성들 머릿 속은 여성과의 육체적 관계를 통해 쾌락을 얻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부분은 영화 '말레나'를 연상시킨다. 　 그들이 말하는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들은 여자를 탐한 이후 책임을 지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여성의 순결을 빼앗아 놓고는 '표면적인' 순결을 지니지 않는 여성을 문란하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을 통해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자유로운 성관계를 기피하는 사람들 의 일반적인 시각은 바로 이런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 순결 앞에서 여성이 절대적으로 남성보다 불리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를 여성이 남성에게 귀속될 수 있게끔 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것이다. 순결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 온 테스는 피해자이면서도 자신 스스로의 정당성을 주장하기가 힘들었다. 테스가 괴로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순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회 그 자체마저도 남성들이 스스로의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가면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킬 수 있으며, 해결 역시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더욱이, 테스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진보적 인간임을 주장했던 엔젤마저도 테스의 빼앗긴 육체적 순결 앞에서 태도를 바꾸고 그녀를 '그녀 아닌 다른 사람'으로 규정지어 버리는 것을 보면 , 순결 이데올로기가 가진 무서운 힘을 알 수 있다. 　 개인인 테스가 의지를 통해 삶을 개척하려 하지만 집단과 사회는 그깟 개인의 노력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꺾을 수 있었다. 테스를 손가락질하는 집단 혹은 사회는 위선적이며 지배적인 관념으로 포장되어 있다. 작가인 토마스 하디는 이것을 고발하려 테스를 집필했으리라고 생각된다. 테스라는 소설은 실제 그 당시의 상류 사회를 다시 논의하고 '고발'하는 문학이었다. 　 테스라는 소설을 비난한 사람들의 입장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 집단은 일부러 드러내고 싶어하는 부분과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은 감추고 싶어하는 것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일부러 사실을 은폐하려 는 자들조차도 그것을 때때로 경험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그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가 도덕성이다. 은폐된 자신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도덕성은 본질을 잃었고, 그들의 자리를 유지하게끔 하는 내용으로 도덕성을 채워넣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순결'이다. 토마스 하디는 이런 '은밀하고 민감한'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이 당시 하디의 소설이 도덕성이라는 측면에서 비난을 받은 것은 사회구조나 체제의 뒤틀림 때문이었다. 테스 개인의 부주의, 알렉 개인의 비도덕성 등 인물들 사이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실은 얽혀 버린 개인들의 이야기 속에 전체 사회의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스라는 소설을 중심에 두고 논의되는 순결, 도덕성과 같은 문제들은 전체적인 시각에서 논의되어져야만 한다. 그렇게도 우리의 발목을 붙잡았던 순결은 처녀막 하나로 대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농락당한 테스의 정신이 그나마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군중심리는 무섭다. 진정한 순결과 도덕적 삶의 본질을 망각하게 하므로. 알렉의 파렴치한 행동, 엔젤의 이별 선언을 가능케 했던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와 소설을 쓰는 이들에게는 이런 집단의 황폐함을 고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예술성 만 가지고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사회적 의무를 져버린 예술가들을 용서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우리가 테스를 두고 이렇게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용감했던 작가 토마스 하디가 있었기 때문이며, 소설이 출판될 당시에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이 작품을 살려낸 정의로운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토마스 하디의 테스는 아무개들이 주장하는 순결보다 훨씬 고결하며, 우리가 계속적으로 우리의 삶과 사회에 대해서 논의해야만 한다는 의무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 트랜트리지 마을의 양계장에서 운명을 시험해보려고 떠난 주인공 테스의 성격은 헤아릴 수 없는 사회의 모순으로 인해서 완전히 변해버렸다. ---------------------------------------------------------- 너, 누이가 기도할 때 방해하지 말아라. 어린 마음에 그리는 천국과 행복한 꿈을 어두운 말로 어지럽히지 말아라 행복하게 지내는 어린 한 삶을 ---------------------------------------------------------- 보라, 그대의 가면이 벗겨질 때 사랑하는 연인은 그대를 미워하리 ... 그대의 인생은 가랑잎처럼 떨어지고 빗물처럼 흩뿌려짐이니라... ---------------------------------------------------------- 잠이 깰 때까지 저 여자를 제발 자게 해주십시오 ! (알렉을 살해 한 테스를 체포하러 온 형사들에게 엔젤이 하는 말) ---------------------------------------------------------- 전 아주 만족했어요. 그리고 당신한테 멸시 받을 때까지 살아지 않아도 되구요 ! (체포되면서 테스가 하는 말) 테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