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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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겨울 바람이 조금은 나를 쓸쓸하게 하기도 하고, 걸음을 힘차게 만들기도 하는 이때.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은 어떨까 ? 영상 매체에 너무나도 쉽게 물들어버린 우리에게 관객과 대화하며 즐기는 생동감 넘치는 연극은 나를 조용한 흥분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에 충분하다.
1월의 겨울바람이 조금 부는 어느 날, 나는 대학로에 갔다.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다. 볼 연극이 별로 없다, 연극은 고상한 사람들만 보는 것 아니냐, 연극은 값이 비싸다 등등의 이야기가 많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대학로에는 많은 연극들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연극들이 자신들의 공연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보아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기획공연인 " 콘트라베이스와 풀룻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를 보기로 했다. 한번에 싼 값으로 두가지 공연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어디 있는 지도 잘 모르는 아주 조그마한 건물속에 자리잡고 있는 소극장으로 들어서기 까지 비록 작은 소극단의 연극이라고 해도 나는 가슴이 설렜다. 아마도, 나의 좁은 문화생활 탓이리라.
겨우 겨우 " 강강술래 소극장 "을 찾아서 들어가니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대학로 연극의 묘미인 지도.. 비록 많은 관객은 아니지만, 적은 관객이라 해도 그들 앞에서 정성스레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나는 연극의 참맛을 발견할 지 모른다.
연극이 시작되었다. 관객석과 무대는 겨우 이십센티미터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러니 느낌은 더욱 색다르다. 영화와는 다르다. 사람냄새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예술의 한 장르라 생각된다. 그리고 관객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콘트라베이스와 풀룻은 대조되는 성격을 가진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와 풀룻 연주자가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동화되어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서로의 성격차를 이기지 못하고 따로 살게 된다는 스토리다.
특히 풀룻 연주자는 매우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상한 척 한 것 같지만 무식한 것 같기도 하고 얌전한 척 하는 것 같지만 무섭기도 하다. 반면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너무나도 솔직해서 탈인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을 너무나 숨기는 사람과 자신을 너무나 드러내는 사람의 장단점, 그리고 그들이 맞추어 살아가기에 조금은 벅찬 세상..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가난한 거리극단의 배우들의 아픔을 그렸다. 배우를 단지 인간소품정도로 여기는 돈 없는 연출자와 제작자를 두고 일하는 배우 둘 . 그들은 진정으로 배우를 인정하고 무대의 아름다운 사람으로 여겨 줄 사람들, 영화가 아닌 연극을 즐기러 올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진정한 연극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을 꿈꾸지만, 결국에는 자신들의 삶의 비탄과 슬픔에 빠져서 술독에 빠져 지내게 되고 만다. 진정한 예술과 배우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예술세계, 그렇다면 그 예술세계는 텅 빈 공허한 공간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골목의 작은 소극장에서 몇 안 되는 관객을 두고 연극을 만들고 연기하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예술의 참 의미를 아는 듯 하다. 또한 관객을 위해 손잡고 열연할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는 듯 하다.
젊은이들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곳, 대학로. 대학로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그리고 정말 여러종류의 사람들이 오간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대학로 작은 극장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와 배우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기에 그들은 대학로를 찾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찾을 것이다. 대학로는 언제까지나 그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찰 것이다.
- 대학로의 소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어느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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