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샘 - 모자람에 대한 감상
|
| |
|
|
| |
| |
| |
세상은 완벽을 지향한다. 완벽함 , 완벽주의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완벽의 기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완벽을 지향하는 것은 왜인지.
사실 아이 엠 샘 이라는 영화가 아메리칸 대륙을 눈물바다로 만든 뒤 우리나라로 북상해 온다는 소리를 듣고서 , 고질적으로 감동적인 영화는 가을에만 개봉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궁시렁대며 아이 엠 샘 역시 그렇고 그런 가족영화겠거니 하였다. 영화를 보고나자 조금 반성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비틀즈와 영화를 고리지어 순간 순간 장면마다 맛깔스런 음악을 배치한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무언가 영세적이면서도 소박한 느낌 , 평범한 것 같지만 특별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데는 비틀즈의 음악이 적격인듯 싶다.
여성이 가진 특유의 세심함처럼 , 부담없이 읽히는 매끄러운 수필처럼 , 겨울날 샹송을 들으며 마시는 한잔의 부드러운 와인처럼 영화는 소중한 것을 잘 집어냈고 , 작은 것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여운을 잘 포착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말로 간만에 내 두눈에서 머리가 띵할정도로 눈물을 쏵 뽑아간 것은 숀펜의 연기였으며 , 완벽한 미셸파이퍼의 드러나버린 상처 , 아이와 사랑을 가질 수 없는 양부모의 터져버린 울음 , DIFFERENT를 읽을 수 없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루시 다이아몬드의 푸른 눈이 숀펜의 연기와 물결치듯 흘러갔기 때문이리라.
숀펜의 정신지체 장애인 역할이 과연 망가지는 역할이었을까. ' 모자람' 을 가진 인간을 연기한다는 것은 ' 완벽함'을 가진 인간을 연기하는 것보다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완벽을 지향하는 세계속에 물들어버린 천조각과도 같은 인간들로서 , 완벽하게 보이려고 갖은 애를 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증명되어진 완벽함이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 엠 샘은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영화들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아이 엠 샘만이 보여주는 ' 모자람에 대한 감상' 은 바로 일곱살짜리 정신연령을 가진 모자란 어른을 사랑하고 싶어진다는 느낌을 전달한다는데 있다.
잘생긴 얼굴에, 쫙빠진 몸매 , 돈으로 비행기를 접어날리는 재력에 깔끔한 매너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와의 신데렐라적 로맨스를 꿈꾸던 여성들이 한순간 갑자기 제대로 읽지도 쓰지도 못하고 아이처럼 떼를 쓰는 어른을 감싸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아이 엠 샘이 전하는 모자람에 대한 감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여느 영화들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아이 엠 샘을 보면서 나 자신 스스로 혼란스러워 했던 것은 사회적인 기준과 잣대로 아이를 키우기에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모에게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뺏으려는 미국사회의 룰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른 것일까에 대한 판단이었다. 모자라긴 하지만 누구보다도 순수한 영혼--- 가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 바보같이 웃어대고 , 한말을 자꾸 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순수한 영혼을 가진 자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을 지향한다 소리치며 그 행동들을 유치하다고 판단하는 자들 역시 순수한 어린시절엔 그랬으리라.영화속 숀펜을 순수하다고 본 것은 그가 일곱살짜리 정신연령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 그러한 행동들이 유발될 수 있는 순수한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순수함이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정신연령을 7세로 고정시킨 것인지도 모르겠다----을 지녔으며 , 딸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 부모' 에게서 구지 아이를 뺏어야 하는 걸까 , 아이가 불행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다시 ' 모자람에 대한 감상' 을 확실하게 느꼈다. 사랑하는 아빠와 딸의 관계 , 그것도 아빠가 모자란 상황에서 세월의 제재 없이 둘 사이를 지속시키게 하는 것은 완벽한 척 하는 법관과 변호사들의 잘난 말씨름 사이에서 사회복지에 아이를 맡기는 의견이 승소하느냐 무조건 사랑하는 아빠한테 맡기는게 좋다는 의견이 승소하느냐가 아니라, 모자란 사람들끼리 모자란 부분을 퍼즐 맞추는 천천히 하나하나 절충해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으므로. 양부모와 숀펜의 절충 사이에 루시를 키워나가는 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그 잘난 ' 완벽한 '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를 사이에 두고 공방을 펼치는 것은 아니하는 것만 못하다. 즉, ' 토론 ' 이 아니라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 토의'가 존재해야 할 뿐.
세상은 완벽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미셸파이퍼의 고백처럼 그들 역시 모자란 인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이 완벽하다는 의미는 직업적인 것일뿐 인간적으로는 그들역시 모자란 사랑을 갈구하고 나누고 싶어한다. 때문에 우리는 인간을 대할때 자신의 모자람을 창피로 여기지 말고 진실되게 드러내야만 한다. 아마 그런다면 인간대 인간으로서 더 큰 공감대를 만들것이고 그속에서 사랑을 형성할 것이다. 태초부터 세상은 그렇게 살아가라고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완벽이란 것을 갑자기 내세우면서 그 틀을 깨려했던 것일뿐. 인간은 완벽할 수 없지만 세상은 완벽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자란 인간들이 서로를 메꿔주면서 커다란 하나의 퍼즐판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아이엠샘이 바로 이점을 말한다는 데에서 나는 기쁨을 느낀다. ' 모자람에 대한 감상 ', 다시 이야기하지만 모자란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요 , 심지어는 완벽을 위한 사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에 우리가 숨쉴 것이라는,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한다. 숀펜과 등장인물들의 아름답고도 현실적인 연기를 통하여. 모자람은 끝없는 시행착오와 쓸데없는 완벽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외침 끝에 오는 아름다움이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