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 미칠수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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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란 것은 모호한, 몽롱한, 몽환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육하원칙의 성립이 불가능한 일이다. 중독은 좋게 말하면 삶의 힘겨움에서부터 나오는 공상에 의한 환타지의 세계 , 나쁘게 말하면 미친 짓이다.
본인은 무언가에 중독되었을 때 자신이 무엇에 얼마나 중독된 상태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이 말했듯 중독된 상태는 황홀하고 신비스러우며 행복하다. 하지만 중독된 이를 보는 타인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중독자들이 괴로운 것은 나를 미쳤다하는 세상의 목소리 때문이리라.
사랑에도 중독성이 있을까? 담배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 중에서 가장 유독한 중독성을 유발한다는 니코틴처럼 사상에도 중독성이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 얼마나 우리를 황폐하게 만들만큼 또는 몽환의 세계에 젖게 하여 행복하게 만들만큼 함유되어 있을까?
중독된 사랑 , 사랑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미쳐버린 사랑이다. 사랑이기 이전에 집착이고 , 집념이며 ,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 그 사람에 대한 애정결핍의 최전선이다. 사랑이기 전에 감히 미친짓이라고 말할 수있을 것이다. 한 사람을 ,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 끈질기게 당겨질 수 있을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반문했다. 당신은 또는 나는 저런 미친 사랑을 해보았는가 , 할 수 있을까?
대진은 형과 은수의 결혼을 보고는 은수에 대한 직접적인 사랑을 거두었다. 그래, 내가 직접 사랑할 수 없다해도 옆에서 평생 볼 수 잇겠다는 행복 아래 자신의 인생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그 상태 그대로도 그는 중독되어가는 상태였다. 담배처럼 , 약간은 쿨룩거리며 담배를 피워대듯 사랑을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떨치면 한시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려면 담배에 미쳐버릴 작은 자극이 다가오길 기다려야 했던 것.
관객을 아찔하게 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작은 자극, 아주 적절한 시기에 적재적소에 배치된 자극 바로 형제의 사고였다. 일년 후 깨어나 자신을 형 호진이라 주장하는 대진의 모습은 처절하게 사랑이란 것에 중독되어버린 대진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렇게 중독이란 무서운 것이었기에 영화는 미스테리적이고 때로는 공포스런 슬픔속으로 치닫는다. 대진의 연기, 아니, 중독된 상태로 나도 모르게 행해지는 몽유병과도 같이 유발되어지는 그의 행동이었을지 모르는 몸짓은 무섭도록 완벽했다. 이제 그는 담배를 뺏으면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금단현상을 지니게끔 변질되어버린 완벽한 사랑에의 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머리로 은수를 속이고 , 집착으로 불타올라버린 가슴으로 은수를 사랑했다 .
사랑에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형태가 있다. 사랑을 한다고 해서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영혼은 호진이라 주장하는 대진을 보며 생각한다. 내 영혼이 아닌 너의 영혼을 훔쳐 가지고 싶을 만큼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이었을까. 그래서, 사랑에 미쳐 미쳐버린 척을-형의 영혼을 담은 척을-했을까. 아니면 그러다 정말 미쳐버린 , 진짜 미친척이었을까. 이렇듯 중독의 상태는 그 누구도 확신하기 어려우며 지끈거린다. 마치 ,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꼼짝없이 컴컴한 거실안에서 혼자 영화를 몇편식 제껴내며 잠들지도 못하고 깨어있지도 못하는 상태처럼 지끈거린다. 중독된 당사자는 더욱 더 제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중독에 빨려 들어가 버린 대진이 가끔은 정말 빙의 현상과도 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 가끔은 정말 형 호진의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걷잡을 수 없는 중독의 상태 때문에 그의 인생은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인생은 비쳐버린 사랑이 빼앗아간 희생물에 불과하였다. 결국 중독은 파멸을 부른다. 은수 그녀의 사랑이 파멸을 불렀다. 은수는 중독된 대진에게 이끌려 함께 중독되어버린 그의 연인이자 희생물이었다. 그녀 역시 미쳐버린 사랑이 가져간 희생물이었다. 그에게 소리칠 수 없었던 것은 자신도 이미 온몸이 중독되어 가고 있는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그렇게 몽환적인, 알 수 없는 둘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사랑이 채웠던 공간은 빈자리로 남고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강한 중독성으로 검게 다시 채워져간다. 돌이킬 수 없는 중독의 세계로.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들의 사랑은 사랑이라 하기엔 너무도 무섭도 아득하다. 유리잔 깨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이.
값싼 사랑이 판치는 오늘날 어쩌면 중독된 사랑이 더욱 깊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중독은 퇴색해버린 사랑의 빛깔에 대해 , 인내와 고통과 두려움없는 쉬운 사랑을 즐기는데 야단을 치지만 그래도 나는 의문한다. 어떻게 사랑에 미쳐버릴 수 있는가 , 중독될 수 있는가 , 아주아주 까마득하게 말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 중독성 짙은 사랑의 무서운 향기에 대해서는 절대 느낄 수 없을 만큼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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