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 고전의 달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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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헐리우드 영화들 사이에서는 소재 고갈이 그네들의 큰 문제가 되어 영화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심하고 있다. 소재 고갈이라. 영화는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영화의 ' 소재 고갈 ' 이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부분들이 적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자본주의와 산업사회 속에서 우리의 삶은 그만큼 변화의 폭이 적어지고 삭막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할리우드는 봤었고 또 봤었던 비슷비<사진> 오드리 헵번 & 그레고리 펙 슷한 영화들을 선보이고 있으니 , 이것이야말로
작품성이 결여된 상업용 영화이다. 이럴 때 모두들 공통적으로 선택하는 방편이 있을 것이다. 제작자든 감독이든, 영화를 보는 사람이든 우리들은 고전 속으로 빠져든다. 고전영화의 절정으로 꼽히는 작품 , 오늘은 로마의 휴일을 통해서 오랜만에 색다른 달콤함을 맛본 듯 했다.
시작부터가 고전은 다르다. 매일 접하는 시시콜콜한 외국영화들과는 맛이 다르다고나 할까. 배경으로 등장하는 음악에서부터 , 그리고 아주 세밀하게 말하자면 글씨체와 카메라가 움직이는 몸짓까지 고전은 ' 이래서 재미있구나 ' 라는 이유는 다 있었다.
헐리우드 최고의 여배우였던 깡마른 몸매의 오드리 헵번과 완벽한 조각상의 얼굴을 하고 있는 ' 잘 생긴 ' 그레고리 펙의 얼굴 또한 , 매일 비슷한 인물에 싫증이 나버렸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자 소다수와도 같았다. 물론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오드리 헵번의 허리사이즈였지만... ^^ 말년에 더욱 의미있는 생을 가꿔나갔던 오드리 헵번의 젋을 적 외모는 그녀의 빛나는 삶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오드리 헵번은 미국인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리 저리 밀려 밥벌이를 하기 위해 헐리우드까지 흘러들어왔던 것이다. 출신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 Good afternoon을 발음하는 오드리의 정통 영국식 발음과 발랄하면서도 귀족적인 자태가 로마의 휴일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것마저도 고전의 새콤한 묘미와도 같았다. 지금의 헐리우드가 요구하는 여배우상과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이다. 건강미 넘치는 글래머 여성이 아닌 깡마른 몸매에 광대뼈가 돋보이는 그리고 미소가 찬란한 여성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서 우리들 스스로가 사는 방식도 그렇게 달라졌던가. 가치관이 바뀌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또한 변해간다. 고전의 진정한 묘미는 , 그것을 통해 변해가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는 점이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 아니 옛날에도 그랬을까. 로마의 휴일은 로맨틱 코미디다. 생각해보면 요즘 영화들은 장르도 다양하다. 곧 개봉할 우리나라 영화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 은 장르가 액션 신비극이라나. 세상이 변하니 영화계에서도 별별 장르가 다 등장한다. 헐리우드는 또 어떤가. 위에서 말한 로맨틱 코미디에서부터 공상과학 , SF액션 , 코미디 , 휴먼다큐 , 스릴러 , 환타지 ... 특히 요즘 극장가를 꽉 쥐고 흔드는 환타지는 우리 세대들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우리의 삶과는 지극한 거리가 있는 환상의 세계를 그린 작품들이 영화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변해가는 세상 , 고갈되는 소재 , 우리는 진정으로 싫증과 답답함을 느낀 나머지 현실을 떠나 보이지 않는 저 먼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공상의 생각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세계 , 유토피아는 가끔 과거로 뒷걸음질칠 때 보이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세상속에서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과거에 버려두고 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로마의 휴일은 여운이 남는다. 요즘 영화들의 요소중에서 가장 많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다. 여운 . 영화를 보고 느낌이 남는다는 것은 우리가 영화를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 이것이 결핍된다면 영화의 생명은 어디로 달아나 버리는 것인가. 유토피아? 유토피아는커녕 현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영화 속 유토피아를 위해서는 영화의 여운을 가져야 한다.
THE END라는 글씨가 화면을 꽉 채운 채로 막을 내리는 로마의 휴일에서 우리는 여운이라는 것을 느낀다. 앤공주와 사진기자 조의 짧은 사랑의 감정이 끝나는 것에 우리는 아쉬워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마주친 앤공주와 조 두 사람의 모습에 우리는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이런 찡함까지 가미될 수 있다는 것은 로마의 휴일이 우리에게 영원한 영화로 남는 이유이다. 삶의 총체적인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고전의 재주 , 분명 현재의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상상해낼 수 있는 유토피아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장면장면 모두가 고전의 독특함이요 , 고전의 멋이며 , 잊혀지지 않는 흑백 영상이다. 또한 주인공들의 대사와 머리 모양 , 패션까지. 분명 표현할 수 없는 색다름과 약간의 충격이 우리의 뇌리를 감싸고 돌 것이다.
이런 여운으로서 우리는 오드리 헵번의 다음 영화를 기대하게 되고 ,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정말로 아름다웠던 한 여배우의 일생을 영화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지는 본능을 감지한다. 형언할 수 없는 고전의 묘미 . 그리고 우리에게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에도 , 변한 세대에게 , 고전의 묘미를 전달하는 사람은 바로 그 당시의 삶을 살았던 헐리우드의 배우들이다.
가끔 요즘에는 왜 이런 영화가 없을까 , 왜 이런 배우가 없을까 생각한다. 당연지사 그것은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지만 , 우리는 가끔 시간의 쳇바퀴를 다시 돌려놓을 줄 아는 여유를 가져봐야 한다. 흑백 영화 속에 등장했던 사람들과 , 그 사람들이 그려낸 아름다운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가끔은 다시 돌려봐야 한다.
나는 이제 고전을 꿈꾼다. 이제는 ' 고전' 과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작비가 몇백억씩 들어가는 스타워즈를 만드는 것 보다 더 힘들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해서 슬프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기 쉽고 , 잃어버린 것을 찾는데 힘이 든다. 그러기에 고전의 중요성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내가 자라고 시간이 지나고 지나 내가 할머니가 되어 있을 때쯤에 스타워즈를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다. 고전은 단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고전이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기고 ,아름다운 우리 삶의 모습을 제시하고 , 왠지 모르게 기억남는 것이 고전이다. 등장했던 배우들이 절실하게 보고 싶어지고 , 간접적으로나마 그 시절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게 만들고 ,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영화 ,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세대에 세대를 걸쳐 꼭 봐야만 하는 영화로 각인된 영화.
그것이 바로 고전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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