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헐리우스 액션 속 정체성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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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제작된지 40년 , 텔레비전으로 방영된지 20년만에 우리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스파이더맨. 현재 헐리우드에서 연이어 개봉하고 있는 많은 영화들에서 신선함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이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첩보영화 또는 호러물이거나 그저 그런 로망스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방학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에게 새로움을 안겨 줄 수 있는 영화로는 스파이더맨이 가장 적격일 듯 싶다. 만화영화로 제작되었던 것을 재생하면서도 눈을 즐겁게 하는 헐리우드 특수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이 우리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첫째요소일 것이다. 외면적으로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영웅영화이며, ' 권선징악 ' 의 주제를 담고 있어 조금은 유치해 보이는 점─―선을 상징하는 스파이더맨, 악을 상징하는 그린 고블린, 게다가 그 사이의 아름다운 여인, 선을 지지하는 시민들까지 등장하므로―─ , 악당 그린 고블린의 어색한 등장 , 결말을 살펴볼 때 탄탄하지 못한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 약점이긴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게 된다면 그것이 이 영화를 주목하게 되는 두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의미는 나 자신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한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이 피터 파커는 평범한 , 아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 나는 누군가? ' 하는 질문에 ' 행복하지 않은 아이 ' 라고 답한다. 학교 스쿨버스 기사까지 그를 무시하는 현실에서 그는 당연히 자신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영화는 말하고 있다. 피터가 상상하는 이상의 현실 즉, ' 내가 만약 이렇다면.. ' 으로 시작되는 완벽한 존재에 대한 동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시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는 피터는 완벽한 인간, 멋진 인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피터는 옆집에 사는 엠제이를 짝사랑한다. 그가 엠제이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도 자신이 너무 ' 못났기 ' 때문이다. 그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항상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세상의 많은 인간들은 누구나 행복한 점과 불행한 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피터는 학교에서 인기가 없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자신을 자상하게 돌보아준 삼촌부부의 화목한 가정 속에서 자랐고 , 과학에 재능이 있다. 부족할 것 없어보이는 피터의 진구 해리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고 , 예쁘고 착한 엠제이는 항상 엄마아빠의 부부싸움에 시달린다. 모든 것이 행복한 사람, 모든 것이 불행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며, 완벽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피터는 견학을 갔다가 우연히 거미에게 물린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거미가 아니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 슈퍼 거미 ' 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피터는 거미와 같은 능력을 갖게 된다. 처음에 피터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신비한 능력을 돈을 버는 등의 개인적인 일에 사용한다. 세계평화와 안전을 고려하는 대영웅의 서사시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그러나 삼촌 벤의 죽음 이후 그는 그 능력을 도둑, 치한 등의 나쁜사람들을 소탕하고 사람들을 구해내는 데에 쓰기로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세계를 무대로 한 그의 신화적 활약상이라기 보다는 그의 말 그대로 ' 가까운 이웃 ' 정도 되는 사람으로서 , 단지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 뿐이다. 스파이더맨으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살아가길 원하는 피터는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두 삶을 동시에 영위하려면 친근한 사람들의 도우미로만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신념을 흔들어 놓는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악당 고블린인 것이다. 슈퍼 거미와 함께 무분별한 과학의 발달로 파멸하고 몰락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그린 고블린은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하는 존재이다. 그는 스파이더맨에게 제안을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거절한다. 악의 무리와는 손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외면적인 이유와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는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욕심은 언제나 큰 힘을 필요로 하고 그것은 또 큰 책임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있는 그는 휴머니즘을 그대로 간직한 10대 소년이었으며 , 평범한 사람이길 원했으므로. 스파이더맨은 지극히 인간적인 다정한 이웃일 뿐인 것이다.
그는 결국 고블린이 친구 해리의 아버지였음을 알았고, 결투를 벌이게 되지만 , 그 모든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엠제이의 사랑고백을 정중히 거절한다. 여기서 우리는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라는 말의 변화하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 피터는 이와같은 사실을 알고, 자신의 능력을 작은 일에 사용하지만 스파이더맨으로서 겪는 일들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기 때문에 이젠 그 능력을 나 혼자가 아닌 모두를 위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엠제이의 청혼을 거절하고 ' 나는 누구인가? ' 라는 질문에 이젠 자신있게 '나는 스파이더맨 ' 이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된다. 큰 힘을 모두를 위해 사용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그의 내면에서 싹트기 시작함과 동시 그는 10대 소년의 철없는 발상을 벗어던지고 성숙한 어른이 되어 세상앞에 선 것이다.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된 피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 의미와 교훈을 알고,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 나는 누구인가 ? ' 라는 정체의식의 물음에 이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 나는 누구인가?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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