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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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대답
가을이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의 속도란 가히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항상 같은 소견이다. 한 학기가 지나가고 나니 나에 대해서 큰 질문 하나를 던져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 글에 담는다.
서울 근교의 용인이라는 아주 작은 , 농촌이란 단어가 아직은 어색하지 않은 그러한 곳에서 나는 자랐다. 그 때까지는 몰랐던 아주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안 것이다. 좁은 그 곳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일까.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도록 좁은 소견으로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면서 살아왔던 나에게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완전한 도시는 아닌지라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무엇인지 알지 못할 나의 자유라는 것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면서 생활해왔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도 넓었다. 내가 나가야할 세상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중국 대륙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우리의 선조들과 같이 어리석은 행동을 해 버리고 만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무언가에 눈을 뜨기 시작한 나는 결심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조금 더 넓은 곳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나는 어려움 끝에 겨우겨우 서울에 왔다. 거기까지 겨우 생각해 냈던 것이 서울, 그냥 서울이었다. 어떨떨하고 약간은 촌스러워 보이는 나의 모습을 데리고 ..나는 상경한 사람과도 같았다. 완전한 시골에서 온 사람같았다. 그만큼 나는 아직 무언가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너무나도 흥분하고 들떠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고, 볼 것, 들을 것, 느낄 것이 수두룩해 보였다. 그렇게 흥분과 기대감 속에서 반년이 지나갔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평범하게만 자라길 바라던 우리 아버지의 바람을 뿌리치고 서울로 올라온 나는 지금 더 큰 욕심을 내고 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머릿속에 하나 둘 설계도가 된다.
나는 지금 현재 더 넓은 곳으로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껴버리고 만 것이다. 아! 이를 어쩌면 좋은가. 모자랄 것 없는 현실이건만, 나는 여기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낳은 삶을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 딱히 부족한 것도 풍족한 것도 없는 내 생활에, 나는 지루함과 싫증을 느껴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느꼈지만, 넓은 세상 속으로 발을 들여 놓으면 들여 놓을수록 나를 기다리고 있는 세상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큰 존재였다. 나는 그 존재와 지금 싸우고 있다. 세상이 이기느냐, 아니면 내가 이기느냐.
한국이 아닌 타국의 모습, 내가 꿈꾸던 사회가 펼쳐지고 있는 그러한 곳들. 조금씩 무언가에 눈을 떴다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막연한 세계에 대한 동경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그 속의 진정한 일원이 되고 싶다는 충동. 아니, 충동이 아니라 이것은 진정한 소망인지 모른다. 나는 뛰쳐나가고 싶다. 그 넓은 ..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세계로 나가보고 싶다.
질문을 하고 있는 나는 그 동시 이 글을 쓴다. 나는 지금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잘 알지 못하는 바보스러움에, 어리석은 마음에 헛바람이 들어 지붕부터 먼저 짓겠다고 나서는 어리석은 목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진정 소망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며 나의 미래를 찾아나가고 있는 것인가. 누군가 나에게 나의 지금의 모습을 제대로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정확한 답을 말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다. 나의 질문에는 나만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구가 나를 안다고 했는가. 그것은 단지 외면에 불과할 뿐이다. 나의 마음 속에서 하나 둘 피어나는 이러한 생각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며 현재의 나에 대해 갈망하는 나를 누가 알 수 있을까.
나는 현실에 충실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나는 실속을 갖춘 올바른 인간으로서 더 넓은 세상에,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버리고,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나아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다시 나의 갈 길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길을 열심히 달리고 싶다.
언제쯤인지.. 보일 듯 말 듯 한 그 길을 찾아서. .........
-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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