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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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종한다.
사사로운 감정도 ,
하고 싶은 수많은 것들도 .
하지 말라 한다.
내가 잠시 헛된 공상인지도 모를 그것을 탐내면
달려와 나의 두 팔을 거세게 붙들고는
하지 말라 한다.
너를 사랑하는데
왜 돌아보지 않느냐며 소리친다.
나는 그 무서운 칼날과도 같은 음성에
겁을 집어 먹고는 눈을 내리깐다.
나는 복종한다.
한낱 티끌에 불과한
잡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내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심장을 주려하면
하지 말라 한다.
나는 다시 복종한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나는 복종한다.
나를 태어나게 하였고 ,
나를 살아가게 하였고,
나를 절망에서 들어올렸다.
나를 제 품 속으로 끌어들였고,
나를 힘차게 안았다.
나를 사랑한다 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가끔 복종하는 것이 두렵고 힘들어도
나는 복종했다.
하자는 대로 소리 없이 따라갔다.
나는 복종한다.
다른 어떤 것 사랑하려 할 때
내 삶이 그러지 말라 반대했고
내 꿈이 야단쳤고
내 미래가 소리쳤다.
나는 복종한다.
나를 품에 안고 ,
영원히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 대하여 복종한다.
두렵고 힘들고 무서워도 복종한다.
내 삶이 , 내 꿈이 , 내 미래가
그러지 말라 하기에 복종한다.
오늘 또 나를 잡고 흔든다.
하지 말라 소리친다.
단 한번도 빗나간 순간이 보이지 않았기에
잡지도 못할 믿음으로
나는 복종한다.
나더러 하지 말라 한다. 하지 말라 한다.
내 삶이.
나는 하지 말아야만 한다. 내 삶이 그랬기에.
- 흔들리는 불빛 앞에서 2002년 8월 28일 0시 3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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