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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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보이지 않는 세계 ,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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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에는 항상 선과 악이 있기 마련인데, 순수하다는 것은 선과 악의 차원을 뛰어넘어 더 고귀하고 소중한 인간의 성질일 것이다. 물론 사람이든 무엇이든 간에 완전히 선하고, 악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필자가 이런 선과 악의 경계를 객관적 견해로 허물어버리는 것 또한 순수하지 못하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귀여운 어린아이들은 어떤 사람이 행하는 하나의 행동만 보고도 " 착하다 " , " 나쁘다 " 라고 평가 내릴 수 있는 잣대 즉, 필자가 생각하는 그러한 순수가 있지만, 나 자신에게는 그런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순수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선과 악을 뛰어넘어 그 사람을 친구 삼고 싶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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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천 목욕탕_ 잃어버린 순수의 깨끗함을 찾아서 |
센과 치히로의... 배경은 ' 온천 ' 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그 곳은 밤이 되면 희미한 불빛들이 하나 둘 켜지고 온갖 신들이 피로를 풀고 시원한 목욕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온천이다. 신들은 거대하고 화려한 온천에서 목욕을 즐기고 아침이 되기 전에 떠난다.
온천에서 일하는 누군가들은 인간이 아닌, 모두 상상 속의 ' 무언가 ' 들-인간의 냄새를 싫어하는-이다. 인간이 있다면 단지 ' 하쿠 ' 라는 어디에선가 온 남자아이 , 그리고 이 세계에 새로이 발을 들여놓은 치히로 즉, 센 뿐이다.
잃어버린 순수의 깨끗함을 찾는 것은 세 부분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로는, ' 신들의 목욕 ' 이다. 그들은 인간을 지켜본다.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하루종일 지켜보느라 힘이 든다. 순수를 잃어버린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가 힘들게 간다. 그래서 그들은 ' 온천 목욕탕 '을 찾는다. 그리고 인간들을 지켜보느라 자신의 몸에 달라붙었던 속세의 때를 씻어내기 위해 ' 온천 목욕탕 '을 찾는다.
두 번째는 , 온천 목욕탕에서 일하는 ' 무언가 ' 들이다.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그들은 , 세상엔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켰고, 그들 스스로를 높은 사회 속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자연을 기만하였고 , 순수를 잃어버려 상상의 세계와 숭고한 신들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목욕탕에서 일하는 자들은 그러한 인간 냄새를 싫어하고, 역겨워 한다. 신들만을 손님으로 모시고 , 속세의 때를 벗겨내는 목욕탕에서 삶을 보낸다. 문명이 세계로 나가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삶을 보내는 것이 더욱 값진 일일지도.. 라는 생각에 .
세 번째는 , 이름을 바꾸어버린 하쿠-원래의 이름은 코하쿠-와 치히로이다. 두 사람은 인간이다. 그리고 어린아이. 아직, 순수를 다 잃어버리지는 않은 어린아이들. 하지만 그들 역시 이 세계로 오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이름 속에는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그 세계에서 이름을 바꾸어야만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자신들의 모든 순수를 잃어버리기 전에 그 상태의 영혼을 묶어두고 , 조금이나마 완전한 순수의 상태로 변화시켜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결국, 잃어버린 순수의 깨끗함을 찾는 과정은 바로, 자연적인 것으로의 되돌아옮 ,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이다. 온천 목욕탕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그 속의 주인공들은 자연적인 것이요 , 인간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그리고 참고로, 순수를 잃어버리는 과정은 치히로의 부모님이 돼지로 변하는 과정과 같은 일련의 경로를 따르는 것일 거다. 눈에 보이는 것, 보이는 것만에 집착하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순수를 잃게 하는 것. 눈에 보이지 않은 세계도 믿을 수 있는 마음, 자연이 이루어내는 세계를 순응하며 따르는 것은 순수를 지키는 길이고 ,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는 길이다.
| 영리한 아이 , 믿음을 가진 센 , 드러나는 순수 |
센이 ' 강의 신 '을 온천으로 모셔 목욕을 시키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 센의 영리함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오물의 신 ' 의 모습으로 온천에 들어 온 ' 강의 신 '을 맡아 목욕시중을 든 센은 결코 마냥 착한 아이가 아니다. 마냥 뭣도 모르고 시키는 데로 따라한 아이도 아니다.
일본인들의 친절의 정신(?)과 손님에 대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선보이는 마녀의 지시에 따라 센은 ' 오물의 신 -강의 신 '의 목욕시중을 든다. 더럽기 그지 없는 ' 오물의 신 ' 의 목욕시중을 꺼려하지 않고 도맡아 하며 깨끗한 ' 강의 신 ' 으로 탈바꿈 하게 한 센은 영리한 아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이 진짜인지 한 눈에 알아챈, 순수의 힘으로 알아 챈 영리한 아이다. 또한 자신이 느낀대로 , 옳다고 생각한 것을 따라 행동한 믿음을 가진 아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눈에 순수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보여진다.
여기서 나는 순수라는 것은 역시 선과 악이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알아 챌 영리함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센은 아주 영리한, 믿음을 가진 열 살 소녀였다. 온천을 헤집어 놓던 ' 요괴 ' 까지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소녀였다.
| 하쿠_ 차가움 속에 숨은 순수 |
센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행동을 통해 순수를 드러낸다면, 다른 인간 ' 하쿠 ' 는 차가움 속에 순수를 감추고 혼자 지켜가고 있는 외로운 아이다. 그는 사는 법을 알았고 , 순수를 지키는 법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행동한 것일지도.
날카롭고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하쿠는 처음에 마녀의 제자였지만 , 센과의 만남 후 제 이름을 기억해내고 ,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
순수를 갖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음을 보여준다. 단지 하쿠는 그 방법중 차가움으로 순수를 포장하고 그것을 더욱 강력하게 보존하는 쪽을 택했을 뿐이다. 우리가 소위 ' 악 ' 이라고 부르는 것이라면 이 차가움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것 역시 순수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단정해 버린 후 그것을 감싸고 있는 차가움을 ' 악 ' 에 속한다고 생각해버리는 우리의 잘못이다. 하쿠 역시 그 세계의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에 순수한 소년이다. 센보다는 좀더 차갑고 성숙한 소년.
| 돌아오는 길 _용기와 모험으로서의 승화 |
영화 후반부에 센은 하쿠를 살리기 위해 마녀의 쌍둥이 언니를 찾아간다. 요괴와 함께. 배를 탔다가, 기차를 탔다가, 여섯 정거장을 지나 , 마녀의 쌍둥이 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하쿠와 함께 , 그리고 하쿠의 원래 이름을 찾는다.
소중이 가꿨던 순수의 힘이 이제는 용기를 가진 모험으로 승화되었다. 순수를 지니고 있다면 세상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고 , 어떤 일이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무엇이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하늘을 날고 구름을 뚫고. 나는 과연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가끔 나의 ' 가능성 '을 저울에 올려 놓고 눈금을 살펴보노라면, 어느새 그려져 있던 눈금들은 사라지고 없다.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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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라는 영화에서 내가 가장 크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 순수 '라는 것의 특성들이었고 , 그것을 보여주는 자연의 세계,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온천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모든 것들, 그리고 계속적으로 바뀌어가는 넓은 대지- , 그리고 그것을 경험하는 소녀와 소년이었다. 결국 그들은 원래의 인간세계로 돌아오지만, 자신들이 경험했던 그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잊지는 못하리라.
엄마 , 아빠와 돌아오는 ' 치히로 ' 의 모습에서 ,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이 겪었던 그 환상적인 일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영화가 말하는 ' 그것 '을 간직하려는 열 살 소녀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힘이란 바로 이것이었던가. 새삼 애니메이션에 커다란 매력을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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