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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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유산의 숲 속으로 >
93년 유홍준 교수의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가 처음 출판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것을 기억하고 , 그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이 되어 1학기 교과서 두 번째 단원 첫 번째 소 주제에서 그 글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가족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를 구입해서 서늘한 가을날, 다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족끼리 오순도순 손잡고 단풍 사이를 거닐던 여유가 있었다는 것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우리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대로 여정을 그려나갔고 , 하물며 음식점과 여관까지 다 둘러보았다. 회상해보면 그때는 마냥 철없는 어린이였던지 , 즐거웠다는 것 밖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 후에 결심하고 읽어보려던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졸아버린 기억도..
몇 년 후 이런 기회를 통해 그 책을 다시 접했을 때 나는 부끄러웠다. 왜 이 책을 진작 읽지 못했을까..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만큼 우리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솔직하게 풀어쓴 책도 많지 않은데 말이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에 등장했던 수많은 우리의 문화유산들의 이름과 특징을 조목조목 나열할 만큼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 하지만 내가 책장을 덮고 난 뒤 분명히 기억한 것은 " 우리 것이 가장 고귀하다 " 는 혼잣말이었다.
얼마 전까지 나는 ' 서양의 것 ' 에 대해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뜬구름 잡듯 괜시리 멋져 보이는 유럽풍의 건물들과 로마의 문화유산 등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기대를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피부로 접해보지 않고서도 말이다.
하지만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를 통해서 나는 내 주위에서 숨쉬고 있는' 한국의 '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느끼고 있었고 , 더 많이 느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우리 조상들이 반만년 역사를 통해서 갈고 닦은 문화유산들은 책에 나온 말대로 ' 어떤 미사여구로도 형언할 수 없을.. '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태여 내 우둔한 머리에서 나온 단어로 표현해보자면 , 숨쉬는 , 살아있는 , 아름답고, 숭고하고, 고결하고, 순수하고 , 웅장하고, 장엄한.. 그런 심상 속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 바로 우리의 문화유산인 듯 싶다. 강하지만 포근하게 , 아름답지만 천박하지 않게 , 조용하면서 우아하게 , 기상이 넘치지만 천방지축이지 않게 , 이지적이지만 뽐내지 않는 동양의 문화유산이 나와 함께 숨쉬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의 몸에서 아버지의 습관이 배어 나오듯 , 한국의 문화유산은 그렇게 푸른 물감이 흰 천에 스며들 듯 나의 정신으로 육신으로 포근히 침투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발을 내딛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내 피를 끌어당기는 자석의 힘을 느끼듯 , 서양의 뾰족 솟은 탑과 베르사유의 궁전보다는 한반도라는 대지 위에 펼쳐진 역사와 인간이 만든 에밀레종의 숭고함과 석굴암의 장엄함이 나를 눈감아 숨쉬게 하는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문화유산이 나와 숨쉬고 있다는 것은 조상들이 창조해 낸 역사가 결코 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는 항상 흐른다. 그 속에서 창조되어진 문화유산은 과거를 보여주고, 현재를 보여주며, 우리로 하여금 역사를 깨닫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창조하게 한다.
지금,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하지 않는 이들은 우리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형언할 수도 없는 이 감동의 산물을 이대로 놓치고 말 것인가. 우리는 문화유산을 보는 것으로 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들을 통해 역사를 창조하고 우리의 것을 계승시키는 것이 이 고귀한 유산들을 물려받은 후손으로서의 바른 도리가 아닐까.
12살 , 잘은 몰랐지만 가족과 손을 잡고 '우리의 것' 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어린 아이의 마음에 지금 책을 보고 글을 쓰며 느끼는 이 감동을 더해서 더 큰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우리의 문화유산 " 의 숲속으로 표표히 걸어 들어가고 싶다. 문화유산의 창조자와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서늘한 가을날,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라는 책과 함께 여행 떠날 채비를 갖추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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