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 진정한 영화와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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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은 이탈리아의 저예산 영화이다. 대부분의 유럽영화들은 미국 영화의 강세 바람에 밀려 작품성은 훌륭하나 흥행성은 갖추지 못한 것이 단 하나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진정한 영화를 느끼고 싶다면 작품성을 먼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의 방의 강점을 고르라면 영화의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들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조금은 단조롭지만 영화는 그 단조로움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행동과 대사에 담아 표현하였다. 무어라 말할 수 없어도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감독이 표현하려는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또 주목했던 점은 바로 설정이다. 감독은 아버지인 조반니를 자상하고 따뜻한 정신과 의사로 등장시켰다. 물론 조반니는 감독 자신이다. 조반니는 언제나 다양한 환경과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과 대면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여태까지 아무리 많은 상황을 접해본 사람이라 해도 침착하게 반응할 수 있을까. 항상 사람들의 어려움을 느껴왔던 아버지 조반니. 하지만 그 역시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아버지를 정신과 의사로 설정한 점은 아들이 죽은 직후의 심리상태와 변화를 더 뚜렷이 보여주었던 듯 하다.
아버지인 조반니는 아들 안드레에게 언제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고 아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렸했다. 아들과 언제나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안드레가 학교에서 화석을 훔쳤다는 일과 산책을 하자는 대목을 통해서 잘 보여진다. 조반니는 안드레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했고 , 아들에게 조용히 지속적으로 사랑을 주고 아들의 주변에까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였다. 이것또한 안드레가 숨진 이후의 변화를 더 잘 드러나게 해 주는 점이다. 후에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이다. 자칫하면 영화를 변화없는 직선으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가끔은 부드러운 곡선도 등장한다고 말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안드레가 죽은 후에 동생인 이렌느는 농구 경기에서 퇴장당하고, 조반니는 의사직을 그만두고, 엄마는 좌절한다. 가족들은 쌓여만 가는 슬픔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묘사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잃은 듯 멍한 상태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가족들의 축 처진 어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조반니가 환자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그가 얼마나 큰 어려움에 닥친 상황에 빠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언제나 객관성을 유지하던 조반니는 아들의 죽음 후 정신과 의사 라는 직업에 힘겨움을 느꼈다. 그것은 환자들이 힘겹다고 말하는 그러한 상황들 중 하나에 자신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슬픔과 힘겨움이 너무 커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가 힘들어진 것을 잘 보여준다. 이것을 보면서 나는 여태까지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힘겨움은 환자들 즉,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조반니의 태도는 옳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항상 그렇다. ' 설마 나에게 저런 일이 닥치지는 않겠지. ' 하며 항상 방심하고, 안도한다. 다른이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 설마. 나에게는 없겠지. '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나에게도 언제든 힘겨움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채찍질은 아닌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잘 받아들이고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언제든 서로 어려울 때 도와야 하고 방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가족들은 안드레의 흔적을 더듬다가 자신들이 몰랐던 안드레의 여자친구 아리안나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를 만난다.
가족들은 안드레에게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사랑과 관심은 주어도 또 주어도 좋은 것이고, 부족한 것이다. 자신들이 몰랐던 안드레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아마도 내가 주었던 관심은 결코 큰 것이 아니었구나, 그동안의 시간은 내가 그를 다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았던 것은 아닐까. 왜 나는 여태까지 그를 아낌없이 모두 사랑하지 못했는가 하는 아쉬움을 느낀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 이 정도면 됐겠지 ' 라거나 ' 나는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했다. ' 라고 함부로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한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 후 내 뇌리속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아리안나와 그녀의 친구를 프랑스까지 데려다 주고 챙겨주는 부분이었다.
가족들은 안드레를 사랑했다. 안드레를 사랑했을 뿐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랬기에 그의 친구였던 아리안나에게 까지도 관심과 사랑을 보여줄 수 있었다. 즉, 내 아이에 대한 사랑, 내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것에서부터 출발하여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나와 내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같다는 것이요, 타인에 대한 사랑은 나와 내가족에 대한 사랑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감독 자신이 직접 각본을 하고 배우로 등장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자신이 전하려 하는 의도를 더욱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아들의 방은 얼핏 단순한 듯 하지만 우리에게 조심스레 그리고 조용하게 차분하게 감동과 교훈을 건네주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이러한 영화속에서 영화가 전하려는 것을 알아채야 하고, 나만의 생각이라 해도 그 속에서 무엇가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단지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 속에서 영화는 반드시 소중한 무엇인가를 전달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의 방이라는 이 영화는 나에게 영화를 더 깊고 심도있게 보는 눈을 길러주었고 ,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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