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
| |
|
|
| |
| |
| |
아침 잠 많은 나는 간신히 일어나 눈을 부비다가 영화를 봤다. 웃고 들어갔다가 울며 나온다는 " 집으로 " 라는 영화에 대해 설레임을 품고서.
이정향 감독의 영화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는 이미 이정향 감독의 " 미술관 옆 동물원 "을 보았다. 참으로 깔끔하고 상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집으로 " 는 그보다 더 큰 것을 내게 슬며시 던져 준 듯 하다.
" 집으로 " 는 어린 도시 소년 상우가 산골의 외할머니 댁에 맡겨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과 감동을 잔잔하고 은은한 필체로 그려낸 영화다. 여감독의 영화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이정향 감독 특유의 은은함이 풍겨나와서 그런 것일까. 영화는 하나부터 열까지 작은 소재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뭉클함과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출연한 사람들에 " 라병구씨댁소 미친소, 똥개 삼돌이 " 가 나온 것도 그녀만의 영화만들기 방식인 듯 하다.
" 집으로 " 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것 같으면 바로 대사가 적다는 점이다. 주인공 두명 중에서 한명인 외할머니는 벙어리였고 , 상우가 하는 대사도 많지는 않다. 하지만 어리석은 그 누가 말로 표현해야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는가. 말한마디 하지 않는 할머니에게서도 몇 마디 하지 않는 상우에게서도 나는 영화가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 사랑 " 이라는 것과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본 외손자에게 아무런 말없이 사랑을 베푸는 꼬부랑 외할머니의 마음을.. 그런 외할머니의 사랑에 울먹이는 상우의 마음을..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상우는 TV의 " 가시고기" 에 출연해서 어쩐지 낯익다하는 느낌을 가졌지만, 외할머니 역을 맡은 " 김을분 " 할머니, 그리고 동네 사람들, 매일 나무를 지고 가는 산골소녀 철이와 음악 선생님이 되고 싶은 산골 소녀 , 이 모든 사람들은 산골마을의 " 보통 사람들 " 이다. 역시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던 것 같다. 유명배우를 이 영화에 썼다면 영화의 상큼함은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떨어졌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 보통 사람들 " 이 영화에 출연함으로서 영화는 더욱 은은해졌고 , 더욱 포근한 향기를 풍길 수 있었던 것이리라..
달달거리면서 뽀얀 먼지를 폴폴 풍기는 산골마을의 버스 , 하루 한번 어쩌다 오는 버스의 손님인 순박하고 깨끗한 산골 사람들 , 때묻지 않는 산골의 아이들 , 길가는 모르는 아이를 선뜻 자전거에 태워주시는 할아버지의 마음 , 덤으로 초코파이 2개를 더 담아 주시는 할머니의 손 , 이러한 영화의 장면들은 크지는 않지만 잔잔한 물결이 되어 영화의 향기를 날라다 주고는 웃음을 짓게 한다.
상우의 게임기와 이천원을 고이 포장해서 건네주는 외할머니의 모습 , 초코파이 4개를 건네주는 외할머니의 모습 , 켄터키 치킨이 먹고 싶다는 상우를 위해서 닭을 사다 하루종일 백숙을 끓이는 외할머니의 모습 , 산골소녀에게서 엽기토끼 인형을 받아오는 상우를 기다리는 외할머니의 모습 , 뒷간 앞에 앉아 상우를 지키는 외할머니의 모습, 고이 간직해 두었던 캔디를 꺼내 주던 외할머니의 모습 에는 왜 이리 눈물이 나던지.
외할머니와 자신의 빨래를 번갈아가며 널어 놓는 상우의 모습 , 바늘에 하나하나 실을 꿰놓고 그림엽서를 그려놓는 상우의 모습은 어찌나 기특하던지.
말할 순 없지만 가슴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외할머니와 차차 그것을 알아듣는 상우의 모습을 보면서 , 사람이란 사랑이라는 것과 자연스럽다는 것에 동화될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 집으로 " 라는 영화는 섬세한 표현과 작은 소재에서 큰 의미를 주는 영화였고, 보통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영화였으며, 좋은 영화였다. " 집으로 " 라는 영화는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께 바치는 영화이고, " 집으로 " 라는 영화는 은은한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다..
갑자기 우리 외할머니가 눈물나도록 보고 싶어지는 영화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