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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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풍경을 자주 눈앞에 그려
본단다.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위에 서 있다가 ,
누군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으면 달려가서
붙잡아주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거야.
- '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소설은 콜필드라는 소년이 낙제를 하여 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겪게되는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즉 , 콜필드라는 어린 소년이 그러한 방황들을 겪으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퇴학을 당한 후 휴식을 취한 후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호텔 보이와 매춘부에게 돈을 빼앗기고 , 여자친구에게 퇴짜를 맞고 , 존경한 선생님이 자신에게 변태적 행위를 하는 것을 보는 등등 휴식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 혼돈 '상태에서 방황한다.
나 또한 소설을 읽는 도중 ' 정신 없는 상황 '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말했던가. 바로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소설 속의 세상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흑색의 혼돈상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고 콜필드라는 소년은 세상에 마지막 남은 희망을 잡고 싶어한다.
그래서 콜필드는 동생 피비에게 자신은 호밀 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하게 된다. 동생과 꿈을 이야기하는 바로 그 순간에 콜필드가 말한 구절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조그만 어린애들이라는 것은 세속적이지 않고 투명한 순수와 희망을 뜻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콜필드는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세상에 한 가닥의 희망을 남기려고 ' 호밀 밭의 파수꾼 '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결코 콜필드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소수보다 다수가 많고 사람들은 소수가 다수 속에 들어가야 안전하고 평온하다고 믿기 때문일까. 콜필드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정신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게 된다.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세상의 흙먼지에 뒹군 사람들일지도 모르는데 , 세상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콜필드와 같은 사람들을 정신병원에 집어넣음으로서 자신들의 잘못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세상에 찌든 사람들 역시 처음에는 , 순수함을 쥐고 있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세상 속에 나가서 살아야 한다고 그들의 귓전에 대고 감미롭게 속삭인 그들의 운명과 삶은 아니었는지. 감미로운 소리에 이끌려 세상 속에 나갔지만 , 세상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곳이어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함께 부대끼며 살지만 , 그 부대낌이 아름다움으로 전해져야 하는 것이 와전되어 추한 모습의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호밀 밭의 파수꾼을 통해 새삼 느낀 순수의 소중함 , 그리고 아직은 때묻지 않은 것을 남기려는 태도. 그래서 나는 이 구절들이 기억에 남는다. 혹시 지금 나도 세상 속의 사람들과 같아지려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에 , 콜필드와 같은 용기가 없기에 , 생존의 방법으로 거짓과 위선의 삶을 택해야 한다해도 마음만은 호밀 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 호밀 밭의 파수꾼. 얼마나 투명한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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