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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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반의 한 아이가 선생님과의 마찰로 학생부로 불려갔다. 아이는 우리가 수업을 다 마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교실로 돌아와서 서럽다는 듯 엉엉 울어댔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었다. 하지만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런 일이 흔히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세포적인 몇몇 아이들은 그렇게 서럽게 울어대다가도 하루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수업시간의 선을 또 넘곤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 술을 마시고 , 성관계를 맺고 하는 엄청난 일들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하는 학생들은 소수일 뿐이다. 하지만 다수인 우리들은 그것보다 더 심각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심각한 일이라는 것이 아이들은 왜 학교를 다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소속감과 유대의식을 느끼게 하려는 학교의 제도와 규칙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글을 쓴 게 나인 줄 안다면 아이들은 아마도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순간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해고 싶다. 그리고 컴퓨터의 자판을 타닥타닥 두드리는 이 순간이 내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순간이다.
우리는 학생이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에 간다.
나는 우리가 왜 학교에 가는지를 안다. 내가 아직은 미숙한 학생으로서 이런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너무 편파적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안다. 내가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아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망각하고 있는 사실은 아직 우리가 어리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린 줄을 모른다. 쓸데없이 변명할 거리가 없을 때에만 어리다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지극히 짧은 생각에서 나온 발언일 뿐이다.
우리는 어리다. 아직은 어리고 미숙하고 배울 것이 많기에 우리는 학교를 간다. " 학교 다니면 뭐하니. 그냥 돈 벌어서 잘 살면 되지. " 이건 우리가 아직 어린 학생이라고 외쳐대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회라고 해도 배우지 않은 인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아주 아량 넓은 사회는 없다. 아니 ,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는 사회는 아량이 넓다기보다는 온전한 체제를 갖추지 못한 사회라고 하는 게 낫겠다.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는 하나라도 배운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준비도 덜 되어 있고,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 확실하게 그야말로 뒤끝 없이 책임질 능력도 부족하다. 가능성과 숨어있는 능력은 무한하지만 , 아직 사회인이라고 하기엔 미숙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다. 학교에 존재하는 많은 제도와 규칙 역시 조금은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운 어린 우리를 위해서 ,바른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를 바로잡을 때 그 규칙과 제도의 존재가치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친구들과의 관계 , 선생님과의 관계를 배우고 진정한 사회활동에 대해서 연습할 기회를 가지며 , 자율적인 태도를 배우고 ,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건 , 친구와 싸웠든 , 시험을 제대로 치러내지 못했든 간에 우리는 그 속에서 단 하나라도 배운다. 단지, 가끔은 아이들이 그걸 모르는 것 뿐이다.
두 번째로 우리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하나는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다. 선생님의 편애 , 선생님의 무관심이라는 이유들을 들어서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적대시한다. 선생님께 예의바르게 대한 것은 친구들의 우정에 대한 배신이며 , 선생님께 관심을 받는 아이는 아이들의 집단이 그려놓은 선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어야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아이들은 수업시간의 선생님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망각한 듯 하다.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우리가 잘못 되기를 바라는 선생님은 없다. 아무리 요즘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 선생님이라는 말에서부터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우리를 꾸중하고, 가끔씩은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분들은 우리가 동경하는 막연한 , 있지도 않은 세상에 대한 환상을 조금씩 거두게 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감추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다.
세 번째가 바로 교복에 대한 문제이다. 아이들은 교복을 매우 싫어한다.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것이다. " 불편하고 너도 나도 똑같으니까. " 물론 나도 아직은 어린 학생이기에 그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마는, 나는 교복이 좋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에 단정한 치마와 조끼를 곁들여 입고 거울 앞에 서면 , 우습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가 된 느낌이다. 교복이 멋있건 예쁘건 미웁건 촌스럽건 단정한 내 모습이 좋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교복을 입는 내 모습은 배우고 있는 이, 자라고 있는 이의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교복은 우리에게 소속감과 정체감을 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마음에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 교복이라는 것을 ' 나는 자라고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아직은 어린 학생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를 지켜봐 주십시오. ' 라는 하나의 언어로 사용하자는 말이다. 아직은 어리고 세상속에서는 도시에 처음 나온 시골쥐같은 모습이기에 우리를,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교복을 이용하자.
그리고 ,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 사이에서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복을 이용하고, 온전히 성립되지 않은 나의 모습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기 위해 교복을 이용하면 한결 나아지지는 않을까.
우리가 지금 학교를 제외하고 갈 곳은 어디가 있을까. 방향을 잃고 망망대해를 헤메는 돛단배 한 척과 같게 될 것이다. 작지만 지금,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 나의 밑거름을 만들어주고, 나의 대인관계를 만들어주고 , 나의 소속을 만들어주고, 내가 할 일을 제공해주는 학교를 다닐 수있다는 사실에 한번쯤은 감사해보자. 다니고 싶어도 다니지 못하는 이들에 비하면 나는 이 얼마나 행복한 몸인가. 그 이유는 우리가 배울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조금만 더 열심히 당당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자. 우리의 학교에서.
나는 매일 학교로 통하는 길을 갈 때마다 상쾌한 아침공기에 나의 몸과 영혼을 맡긴다. 지금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곳, 아픔도 있고 상처도 있지만 , 내가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곳 , 내가 소속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곳, 나도 쓸모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곳 , 내 평생 가장 많이 배웠던 순간을 간직하게 해 주는 그 장소에 내가 발을 내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단정히 교복을 차려입고 바람에 조금씩 흩날리는 머리를 손으로 다듬으며 자신있게 걸어가는 아침마다의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앞으로 학교라는 소중한 곳에서 소중히 나를 키워나가겠다. 그리고 우리모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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