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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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라고 있다. 자라고 있다는 것보다 더 기쁜 것이 있을까.
그 동안 내가 많다고 이야기 할 만큼 많은 글들을 쓰진 못했지만, 이번에 쓰는 이 글은 진정한 나의 고백을 담은 문장들의 집합이 될 것이다.
내가 쓰는 글들은 대체로 사색적이고 추상적이라는게 내 자신의 평가이다. 수필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세상살이의 신참내기인 나의 삶에서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글은 아주 작은 것을 토대로 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어린시절이나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해서 쓰여지는 많은 수필들과 내 글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은 경험이 모자란 , 그래서 내가 자라는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것들을 바탕으로 한 사색적이고 추상적인 내 글의 분위기일 것이다. 자라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내 손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 글을 쓰기까지 나는 오래라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깨우치기 까지 걸려야만 했던 시간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이야말로 나를 밝히는 아니, 내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내가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눈물이 흐른다고 하는 사춘기 시절에 나는 놓여있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저절로 눈물이 나는 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슬픈 음악을 들어도 눈물이 나고, 슬픈 영화의 한 장면을 봐도 눈물이 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가족들을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나보다 가진 것 많은 이를 보면 나의 현실에 눈물이 나고, 나보다 가진 것 없는 이를 보면 그들의 현실에 눈물이 난다. 하루종일 연필을 끼고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그것에서 해방되어 졸업하는 선배들을 보아도 눈물이 난다. 친구들과 비슷하게 조금은 현실에 얽매여 사는 내 모습에 눈물이 나고, 길을 걸으며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을 보아도 눈물이 난다.
눈물을 훔치고 나면 엉뚱한 상상을 시작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생각하며 나 스스로 웃음짓기도 하고, 나의 마음 깊은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엉뚱한 생각의 지배아래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쉴새없이 노래를 따라부르는가 하면, 거울을 보고 혼자서 갖가지 표정을 자아내본다. 혼자서.
처음으로 나의 탄생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하고, 처음으로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나의 조국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처음으로 나의 운명을 알아볼까 깊은 상념에 빠진다.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라고 되뇌어 보며 사색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 몸이 자람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자라고 있다. 생각 뿐만 아니라 나의 육체도 자라고 있다.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하고 입술도 앵두같고 날씬하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진 한 아름다운 여성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기에 가끔 난 나의 육체적 성장에 대한 문제를 잊기도 한다.
나의 육체적 성장보다 중요한 그것은 바로 눈물 흘리고,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일삼고, 처음으로 나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내가 소중하다. 그리고 내가 소중하기에 내가 자라는 이 순간이 소중하고, 내가 자라서 한 어른이 되어있을 때의 모든 것이 소중하다. 그래서 나를 위해 가끔은 힘들지만 , 눈물을 머금으며 나의 자람과 자람의 아픔을 통한 아름다운 미래를 그린다.
가끔 나는 불안하다. 이 소중한 순간, 자라는 이 순간, 아픔도 겪고 행복도 겪으며 자라나는 이 순간이 빨리 내 곁에서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다. 이 소중한 순간을 내가 헛되이 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다. 자라는 것만큼 기쁜 것이 있을까. 지금 나는 어른이 된 나를 위해서 노력하지만, 훌륭한 어른이 되어도 자라고 있는 지금의 나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하지만, 나는 마냥 멈추어있을 수만은 없다. 수많은 아픔을 통해서 자각하고 수많은 배움을 통해서 자라나야 하는 법.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 나 " 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유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소유할 수 없다해도 " 자라고 있는 이 순간 " 이라 대답할 것이다.
미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 자라고 있었던 나 " 라고 대답할 것이다.
미래 나에게 가장 소유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소유할 수 없다 해도 " 자라고 있었던 그 순간들 " 이라 대답할 것이다.
아주 먼 미래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즈음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소중했던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 나의 탄생부터 죽음 까지 " 라 대답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가장 많은 배움을 안고 자라나고 있다고 확신한다. 헌데 아주 먼 미래에 내가 세상을 떠날 때즈음 " 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가 가장 소중했던 것이라고 말할 거라고 한 것은 , 사람은 평생동안 배우고 자라난다는 나의 신념 때문이다.
그리고 사춘기가 내 일생에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이유는. 일생동안 배우고 자라나는 과정에서도 특히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자라나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고백을 하느라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린 지금, 나는 행복하다. 행복함에 미쳐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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