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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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가 우환이라고 했다.
시집 온 베트남 처녀는 차라리 한국말을 몰랐으면 좋았을 것이다.
일년 중 삼백 일을 고속도로에서 보내는 트럭커는,
아내와 아이들의 생일을 몰랐으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던 그녀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랬었다.
아니,
그녀는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랬었다.
나는,
부모의 애틋함을 몰랐으면 좋았을 것이고,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랐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려 슬프고 힘겹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던 그녀의 말을,
인생이 지겹다던 큰 작은 어머니의 말을
나는 들었지만 몰랐다.
그런데 이제 나는 우환을 가진 식자가 됐다.
배움이 전부라고 믿었는데,
배울수록 삶이 무거워진다.
무거운 줄 몰랐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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