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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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을이다.
햇살이 청명하기 그지없다. 하늘의 햇살은 9월의 축복을 선물하는데, 난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먼 곳으로 돌아왔다. 물론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먼 길로 돌아오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좋다. 시간도 적약되고, 빠르다. 하지만 멀리 돌아오는 길은 더욱 좋다. 나에게 무엇인가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먼 길로 돌아오는 도중에는 가로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도심 속의 가로수는 끝없는 우주 속의 작고 아름다운 별과도 같다.
가을날의 청명한 햇살을 선물 받아 팔랑거리는 가로수가 손짓하는 장면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발길이 오늘은 왜 먼 곳으로 돌아가자고 나에게 재촉하는 것일까.
삶은 무엇일까. 끝없는 길과도 같다. 끝없이 펼쳐져 있어서 그 끝에 도달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살면서 가까운 길과 먼 길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난 먼 길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까운 길은 게임에서의 치트키와도 같다.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지만, 먼 길에서 얻을 수 있는 무엇인가와는 다르다.
먼 길을 가다보면 많은 선물을 얻게 된다. 가까운 길에서는 빠르고 신속하게 가게 되기 때문에 길 속에 숨어있는 작은 소중함과, 추억이 될 수 있는 경험과, 삶을 살면서 놓칠 수 없는 달콤한 사탕이 숨어있다는 것을 모른 채 지나쳐 버린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가까운 길에는 가로수들의 모습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 눈이 쌓인다는 사실 하나만을 제외하고는 사계절 똑같은 모습의 길이다. 그래서 내가 가까운 길로 오면 작지만 큰 장관을 놓치는 것이다.
하지만 먼 길에는 가로수가 있따. 봄에는 초록빛의 손을 가진 가로수,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푸르디 푸른 가로수, 가을에는 노을과 어우러져 세상을 아름다운 붉은 색으로 물들이는 가로수, 겨울에는 하이얀 솜이 내려와 앉아 포근한 가로수......
나는 좀 더 먼 길을 찾고 있따.
지금 나의 삶에서도 얼마든지 가까운 길로 갈 수 있다. 요즘은 한 단계 더 빨리 건너뛰면서, 모두들 빨리 소망을 이루는 쪽을 택하고 있건만.
하지만 먼 것, 조금은 느린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함과, 경험, 추억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난 그 향기로운 선물들을 놓칠 수 없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것들이, 먼길을 오가면서 느끼는 모든 것들이 내 성숙의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나는 영원히 길을 간다. 조금은 먼 길을, 먼 여정을 즐기고 있다..
- 가로수가 펼쳐진 먼 길로 집에 돌아온 어느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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