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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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어디에 있는가
대리석 벽면에 차디찬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호흡하는 자는 자기 껍질에 갇힌 고통을 동반한다.
정확히 말할 순 없으나 쓰레기봉지 속에서
부패된 고약한 악취 대문밖에 걸린 弔 燈처럼
하얀 꽃으로 피어난다면 모든 배설기관은
기능을 정지한다. 감각 인식력 역시 하얀 꽃으로 전락한다.
묘지는 일종의 껍질을 解體하는 작업장이다.
그대 호두를 까보았는가? 그 단단한 껍질 속 생명은
배설물인 동시에 껍질을 뚫는 힘이며 생명이다.
나는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노인을 보았다.
굽은 허리하며 심한 기침 지팡이하나
그가 가려는 곳은 집이다. 껍질을 뚫고나온 후
기다리는 먼 집 그 집은 어디에 있는가,
껍질이 해체되는 해체장인가, 아니면?
2002 5.25
나는 이 시를 쓰고나서 잠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거기 푸른 송림과
허공을 힘차게 날고 있는 날짐승, 담밑의 도라지 꽃이 씨익하니 웃고 있었다.
모든 생명 하나같이 소중하나 인간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
그 생명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잠시 곤혹한 생각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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