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月의 풀 섶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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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月의 풀 섶에 앉아
비 개인 七月 나는 큰골을 빠져나와
안개 속에 뜬 城밑을 지나 옛 향교에 올라왔다.
길은 가끔 소리 내며 우는 도랑물과 집들이 이어지고
버드나무 두 겹으로 그늘진 섬박다리 저만치 보이나
이따금 작은 새 콩새우는 소리만 아름답다.
멀리 성터의 천년고목 저마다 가지에서 번쩍이려 하는
오오 일시에 물과 바람 둥근 태양은 거대한 구름밭에서 일어나
세찬 물결 흰 파도에 수십척 돛배를 몰아오듯 하고
그 아래 둑을 덮는 갈잎들의 낮은 음향이며
돌무더기 사이 들판의 희디흰 들꽃!
보라 나는 잠을 깬 七月의 흐들진 들꽃사이를 나오다,
오오 기폭인양 흔들리는 구름 저 구름궁전 속
아득한 차일 밑으로 오는 이를 보았나니
그 이는 양손에 꽃과 笏을 들고
해질 때는 날마다 다시 온다고 하였다네.
1992 10.7
섬박다리: 西門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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