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고 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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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고 나자
당신이 내 곁에 있을 때는 늘 있는 줄로 알았습니다.
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내 가방을 챙기고
얼굴 씻을 물 발 씻을 물을 수건을 내 옆에 놓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그렇게 매일매일 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아침이면 밥상이 놓이고 신문이 놓였습니다.
창문불빛은 늘 밝았고 집안은 언제나 환했습니다.
내가 커피 스푼으로 신산한 맛을 저울질해도
늘 웃으시며 신산을 감미로 일상의 단맛으로 바꾸었습니다.
내가 밖에 있거나 늦밤에 술로 와도
비틀거려도 당신은 나의 부축이고 포근한 잠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이 가고 없고 나자 ―――
집은 빈방이고 빈 밥상이고 불빛은 어두운 그림자로
단맛은 신산한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내 얼굴에 잡히는 주름 밤의 불면 - 하얀 꽃으로 피어나
어두운 가슴에다 감옥에다 나를 가둡니다.
고독의 거대한 파도는 넘치는 바닷물로 왔습니다.
발밑에 흘러내리는 모래시계 같은 - 그런
나날입니다 신산한 어두움일 뿐입니다.
1999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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